
▷나라가 찢어지게 가난해 변변한 자본이 없었던 1960, 70년대에는 정부가 나서서 저축을 독려했다. 정부가 금융기관에 저축 목표액을 정해주고 은행별, 지역별로 할당했다. 목표액을 못 채운 은행이 사채시장에서 10%씩 커미션을 주고 예금을 유치해 당국의 제재를 받는 일도 있었다. 초등학생들은 의무적으로 통장을 하나씩 가졌다. 일본 영국 프랑스 등 외국에서 수억 달러씩 차관을 들여와 공장을 짓고 도로를 건설하던 시절이니 그렇게라도 자본을 확보할 수밖에 없었다. 1976년 시작된 근로자재산형성저축(재형저축)은 금리가 한때 20∼30%나 됐다. 저금리 시대에는 상상할 수 없는 이자다. 1990년대에는 신규 예금자를 추첨해 동남아여행권 자동차 휴대전화 등 경품을 주는 일도 있었다.
▷과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던 우리나라 저축률이 밑바닥으로 떨어졌다. 총저축률은 지난해 3분기 30.4%를 기록하면서 1982년 3분기(27.9%) 이래 가장 낮아졌다. 가계 저축을 가처분소득으로 나눈 가계 저축률은 1990년대 후반까지 20%를 웃돌았으나 2011년에는 2.7%로 추락해 뉴질랜드(2.3%) 일본(2.9%)과 함께 세계 최하위권으로 떨어졌다. 빚이 많은 가정이 늘어난 데다 금리가 낮아 돈 있는 사람도 저축을 꺼리기 때문이다. 저축률이 떨어지면 투자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워져 경제성장에 악영향을 미친다. 낮은 저축률은 나라 경제에 적신호다.
신연수 논설위원 yssh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