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회 여성극작가전

예술원 회원인 박현숙 작가(87)의 ‘그때 그 사람들’은 일제강점기 학도병과 정신대로 끌려가야 했던 이 땅의 청춘 남녀의 비극적 사랑을 다룬 작품이다. 연출을 맡은 문삼화 씨는 “아버지 세대에 끊임없이 반항해온 저의 참회록을 쓰는 마음으로 연출에 임했다”며 “우리 현대사 속에서 부정할 수 없는 아버지 세대의 삶을 이해하고 소통하려 한다”고 말했다.
오혜령 작가(72)의 ‘일어나 비추어라’(송미숙 연출)는 자신의 감동적인 암투병기를 극화한 작품으로 작가와 작가의 아버지 오화섭이 실명으로 등장한다. 오 작가의 대학 선배로 50년 지기인 원로배우 오현경 씨(77)가 양부 박회장 역으로 출연한다. 고인이 된 강성희 작가(1921∼2009)의 ‘꽃 속에 살고 죽고’는 강 작가의 단막극 ‘백합향’과 ‘날아가는 새’를 연출가 노승희 씨가 현대적으로 각색했다. 노부부와 젊은 연인의 엇갈린 애정심리를 교차해 풀어간다.
김숙현 작가(69)의 ‘앉은 사람 선 사람’(박은희 연출)과 최명희 작가(68)의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류근혜 연출)는 여성예술가의 삶을 응시한 작품이다. ‘안은 사람 선 사람’은 예술가로서 성공한 엄마와 그 엄마의 성공에 희생된 채 폐쇄적으로 살아온 딸 사이의 미묘한 심리적 갈등을 그린 2인극이다. ‘새벽하늘의 고운 빛을 노래하라’는 최초의 여성 서양화가였던 나혜석의 굴곡진 삶과 내면의 목소리를 담아냈다. 전석 2만 원. 02-762-0810
권재현 기자 confett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