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에서 떨어져 나온 사람들이 창업한 신생 기업이 300개가 넘었다. 노키아 같은 대기업에 취업을 원했던 대학생들은 이제 창업을 ‘쿨’하게 여긴다. 2003년 헬싱키기술대학 학생 셋이 창업해 2009년 앵그리버드 게임으로 히트 친 로비오는 창업을 꿈꾸는 젊은이들의 역할 모델이 됐다. 노키아의 추락을 보며 핀란드 정부는 2008년 대학을 뿌리부터 뒤흔드는 개혁을 도입했다. 헬싱키기술대학, 헬싱키경제대학, 헬싱키 아트와 디자인대학을 합친 알토대학이 2010년 탄생했다. 대학 로고(A!)부터 참신한 이 대학 학생들은 ‘창업의 여름’ 행사와 ‘창업의 사우나’ 조직 등을 만들어 창업 열기를 확산시켰다. 정부는 기술혁신투자청(TEKES), 벤처캐피털펀드 핀베라를 통해 자금을 마련하는 일부터 경영위기 극복을 위한 네트워크 형성까지 구석구석 지원했다.
▷혁신의 주역인 핀란드 정부가 키우는 창업 문화가 ‘뉴 노르딕 모델’이다. 북유럽 모델을 선망하는 일부 수구좌파는 여전히 ‘큰 정부’를 강조하지만 북유럽에서는 정부가 요람부터 무덤까지 책임지기보다, 개개인이 자율성을 키워 성공할 수 있도록 시장 원리를 통해 지원한다. 1990년대 경제위기를 거치면서 복지 문제에서 ‘더 내고 더 받기’ 모델이 작동될 수 없음은 경험한 바다. 이번 글로벌 위기 때 유로존 국가에 비해 북유럽 지역의 타격이 적었던 것도 이런 ‘미리 개혁’ 덕분이었다.
김순덕 논설위원 yu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