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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눈/로저 코언]시리아 내전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입력 | 2013-02-08 03:00:00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시리아 내전은 이스라엘이 쉽게 풀기 어려운 문제다. 독재자인 바샤르 알아사드 시리아 대통령이 물러난다면 이란의 유일한 아랍 우방이 사라지고, 레바논 무장정파 헤즈볼라와 이란의 연계가 끊길 수 있다. 이는 이스라엘에 전략적 이익이 된다.

반면 이스라엘은 아사드가 물러난 이후를 즐길 여력이 없다. 권력 공백의 와중에 시리아가 보유한 정교한 무기들이 유대인을 증오하는 알카에다 세력에 넘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후드 바라크 전 이스라엘 국방장관이 최근 독일 뮌헨에서 열린 국제안보회의에서 “아사드 대통령이 즉시 물러나기를 바란다”라고 말한 것은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현재로선 아무런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시리아 문제를 풀 수 있는 방안은 없다. 하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서방 지도자들이 시리아 문제에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최악의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스라엘은 최근 시리아의 무기 운송 차량 등을 공습했다. 하지만 아사드 대통령은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았다. 이에 아사드가 ‘종이호랑이’에 불과한 게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서방이 무력을 사용해도 시리아가 강력하게 반격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22개월간의 내전으로 시리아는 참혹한 상황을 맞고 있다. 라흐다르 브라히미 유엔·아랍연맹 시리아담당 공동 특사는 지난달 29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시리아의 모습은 1945년의 베를린 같다”라고 묘사했다. 6만 명이 학살됐고 난민이 70만 명이라고 했다. 이어 “시리아 스스로 평화협상을 시작할 수 없고, 이웃 국가들은 시리아를 도울 힘이 없다. 국제 사회만이 시리아를 도울 수 있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이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는 등 국제 사회는 분열돼 있다. 브라히미 특사는 아사드를 제외한 세력 간의 협상으로 과도정부를 구성한 뒤 선거와 개헌을 통해 시리아가 민주사회로 전환하는 방안을 원하고 있다. 이는 좋은 방안이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 다양한 종파와 종족으로 구성된 시리아가 살아남으려면 군사적 해법 대신 정치적인 타협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리아의 탄생에 군사 행동 자체가 필요 없다는 뜻은 아니다. 반군의 전투 능력을 강화해 아사드를 하루빨리 축출하고 바람직한 정치적 결과물을 낼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아사드는 힘의 균형이 무너지기 전까지는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미국은 다루기 어려운 중동 갈등에 또 한번 말려들고 싶지 않을 것이다. 미국인은 전쟁에 지쳐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해 힐러리 클린턴 당시 국무장관이 추진하려던 시리아 반군을 훈련시키고 무기를 제공하는 방안에 반대했다. 그렇다고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이 시리아를 장악하는 것을 원하는 것도 아니다.

이런 상황에서 “교착 상태에 빠진 시리아 문제를 타개할 방법은 ‘미국의 리더십’에서 찾아야 한다”라는 존 매케인 공화당 상원의원의 지적은 옳다. 미국이 아무런 대책을 내놓지 않는다면 시리아에서 이슬람 극단주의가 활개치고 나라는 분열될 것이다. 아사드가 더 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종파 분쟁을 벌이면 시리아가 아수라장이 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그러면 이란의 힘을 약화시킬 수 있는 기회를 잃게 된다.

지금은 아사드가 물러나도록 힘의 균형을 바꿀 때다. 시리아 반군을 훈련시키고 무장시켜야 한다는 뜻이다. 미군이 미사일로 시리아 정부군의 전투기를 공격해야 한다는 매케인 상원의원의 요구도 점점 설득력을 얻고 있다.

로저 코언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