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중고 648만명 전수조사

A 양은 학교와 연계된 정신보건센터에서 정밀검사를 받은 결과 불안감과 우울감을 숨기려고 애써 밝은 척하는 경향이 있다는 진단이 나왔다. 진단과정에서 A 양은 “친구들과 사이가 나빠지면 혼자가 될까 봐 화가 나도 참았다”고 말했다. A 양 부모는 전혀 몰랐던 이야기였다.
A 양의 사례는 교육과학기술부가 3년째 시행 중인 ‘학생정서·행동 특성검사(특성검사)’에서 발견됐다. 교과부는 2010년부터 초중고교생을 위한 특성검사를 시작했다. 처음에는 ‘왜 정신병 검사를 하느냐’는 학생과 학부모의 거부감이 커서 일부 학교에서만 실시했다. 아이들의 정신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지난해 전국 초중고교생의 97%(648만2472명)가 참여하는 전수조사로 확대했다.
특성검사에서 초중고교생 5명 중 1명꼴로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 105만4000명(16.3%)이 관심군, 22만3000명(4.5%)이 주의군 판정을 각각 받았다.
관심군은 1차 검사 결과 교내 상담 등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학생을 말한다. 평소에는 별다른 이상증상을 보이지 않지만 검사결과에서 약한 우울감이 나타난다. 주의군은 관심군을 대상으로 2차 검사를 한 결과 심층상담 같은 집중관리가 필요한 학생이다. 관심군 중 25% 정도가 해당하며 평소에 무기력하거나 산만한 모습을 보인다.
정서에 문제가 있는 학생은 매년 늘어나는 추세다. 관심군은 2010년 12.8%에서 2011년 10.6%로 주춤했으나 2012년 16.3%로 급증했다. 주의군은 2010년 2.6%에서 2011년 3.7%, 2012년 4.5%로 지속적으로 늘었다.
학교급별로는 중학생 비율이 단연 높았다. 관심군은 중학생 초등학생 고교생, 주의군은 중학생 고교생 초등학생 순으로 높았다. 성별로는 관심군은 남 16.8%, 여 15.7%로 남학생이 많은 반면에 주의군은 여 5.2%, 남 3.9%로 여학생이 더 많았다.
천근아 연세대 의대 교수(소아청소년정신과)는 “중학생은 호르몬 변화도 심하고 경쟁적인 시스템에 노출되기 시작하면서 행복감도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며 “독립심은 커지는데 자신감은 떨어지는 과도기적 연령대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성인도 여자가 남자에 비해 우울, 불안에 더 예민하고 취약하다. 특히 여학생은 이런 심리를 더 잘 표현하는 경향이 있어 주의군 비율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고 풀이했다.
교과부는 올해부터 검사 대상과 방식은 간소화하고 사후 처리는 강화하기로 했다. 지금까지는 초중고교 전 학년이 검사를 받았지만 앞으로는 초등학교는 1, 4학년, 중고교는 1학년이 받도록 해서 3년 주기로 검사할 예정이다.
또 학교에서 종이에 적는 방식을 없애고 학생이 나이스(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접속해 온라인 검사를 받도록 했다.
김희균 기자 foryo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