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토끼 잡을 IT특목고… 인재 키우고 학교당 100개 일자리 창출
한국디지털미디어고는 학생들에게 교과와 정보기술(IT) 교육을 모두 강도 높게 시켜 평균 상위 3% 수준의 융합형 인재로 길러낸다. 고교 때 창업 감각을 익힌 아이들은 명문대에 다니면서 창업 전선에 뛰어든다. 사진은 이 학교 재학생들이 실무형 교육을 받는 모습. 한국디지털미디어고 제공
김 이사장이 디미고를 인수한 뒤 평범했던 학교시설은 미국의 고급 ‘보딩 스쿨’처럼 바뀌었다. 그는 우선 최첨단 IT 장비가 갖춰진 정보기술문화센터, 실내외 다목적 체육관, 전교생을 수용하는 기숙사를 세웠다. 곧 야구장과 수영장도 지을 계획이다. 또 학생들이 최첨단 기술을 경험할 수 있도록 교내의 모든 IT 장비는 최신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학교발전기금만 60억 원이 넘는다.
처음 학교에 왔을 때 김 이사장은 교과과정에서 제일 큰 충격을 받았다. 학생들이 1980년대 프로그램인 ‘터보C’를 배우고 있었다. 그가 “당장 터보C++로 바꾸라”고 하자 교사들은 “교과서가 없다” “교과과정은 1년 전에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좋은 교사를 많이 뽑는 것도 여의치 않았다. ‘초중등교육법 시행령’은 학급 수에 따라 교사 수를 제한하고 있고, 각 시도교육청이 교원 배치 기준을 정해 놨다. 고교는 통상 3학급까지는 학급당 교사 3명, 한 학급이 증가할 때마다 교사를 2명씩 늘릴 수 있다. 행정직원도 학급 수의 3분의 1까지만 쓸 수 있다.
특성화고는 현직에 있는 해당 분야 전문가의 지도가 절실한데도 ‘산학(産學)겸임 교사’의 수도 제한(교사 정원의 3분의 1 이하)돼 있었다. 이마저도 기존 교사의 정원에 추가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 교사를 대체하는 방식으로만 쓸 수 있었다.
학교는 기업처럼 ‘인센티브’를 동원해 우수인재를 영입할 길도 없었다. 시간외 수당은 시간당 3만5000∼4만 원으로 묶여 있고 ‘교원 성과금’도 정부가 정해 놓은 탓이었다. 고육지책으로 김 이사장은 법인회계를 들여 교사들에게 인센티브를 준다.
남다른 투자와 관심 덕에 디미고의 대학 진학 실적은 우수하다. 입학생 수준은 중학교 내신 상위 15% 정도. 그러나 사(私)교육 없이 전원 기숙사 생활을 3년 한 뒤 학생들의 평균 성적은 수능 상위 3%로 뛰었다. 졸업생 절반 이상은 서울 소재 상위권대로 진학하고 있다.
IT 특성화고답게 이 분야의 실적은 더 뛰어나다. e비즈니스과, 디지털콘텐츠과, 웹프로그래밍과, 해킹방어과 등 4개과의 전교생 수는 630명. 이들은 2012년 한국정보올림피아드에서 대상 금상 은상을 휩쓸었고, 국제정보올림피아드에서는 동상을 탔다. 고교생 창업분야에서는 ‘대한민국 인재상’도 받았다.
일찍부터 이론과 실무를 익힌 재학생들은 이미 창업과 일자리 창출에서 성과를 내고 있다. ‘앱 창작 동아리’는 180여 개의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90만 건의 다운로드 기록을 세웠고 동아리 내의 7개 팀이 사업자로 등록하는 등 실제 창업에 성공했다. 이 학교 내 4개 IT연구팀과 18개 창업동아리에는 255명이 참여하고 있다. 재학 중, 또는 졸업 직후 창업한 학생들은 대학 공부와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
이 학교에도 고민이 있다. ‘IT 영재’로 큰 학생들이 대학 진학에서 불이익을 받는 점이다. 정부가 “고졸 취업 문화를 구축한다”는 취지로 대학 정원의 5%였던 특성화고 동일계 진학쿼터를 1.5%로 줄였기 때문이다. 특성화고는 일반교과 수업이 규제에 묶여 있다. 언어 수리 외국어 탐구 관련 교과의 수업 시간이 일반계고의 절반 정도로 제한돼 있다.
IT 특목고를 전국의 과학고(영재고 포함 22개) 수만큼 세운다면 디미고 교직원(59명) 기준으로 약 1300개의 교직원 일자리가 만들어진다. 산학겸임 교사의 정원 규제를 풀고 국영수 수업 제한을 풀어 교과 교사를 늘린다면 학교당 최대 100명, 2200여 개의 일자리 창출이 가능하다.
이들 학교 재학생들의 IT 개발, 창업 등으로 파생되는 일자리 역시 많을 것으로 기대된다. 김 이사장은 “마이크로소프트의 창업자와 그 부인이 세운 ‘빌 앤드 멀린다 게이츠 재단’이 미국의 공교육을 살리기 위해 선택한 방식이 각 학교에 IT교육 커리큘럼을 세팅해주는 것”이라며 “미래 일자리를 위해 IT 교육을 집중적으로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
▼팀장
박중현 경제부 차장
▼팀원
유재동 문병기 박재명 김철중(경제부)
김희균 이샘물(교육복지부)
염희진(산업부) 김동욱 기자(스포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