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이 꼽는 ‘성공 조건’
홍완식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각 당이 나름대로 계산하고, 정당이나 정파의 유불리를 따져가면서 개헌론을 꺼내다 보니 지금과 같은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말했다. 이내영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특정한 시점에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개헌을 추진하면 진정성을 느끼기 힘들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정치권조차 권력구조의 지각변동에 대한 확신을 갖지 못하는 측면도 있다. 최진 대통령리더십 연구소장은 “집권당이든 야당이든 오랫동안 견고하게 이어져 온 틀을 전면적으로 바꾸는 것에 대한 위험 부담이 작지 않다”며 “개헌에 원론적으로 찬성하더라도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엇갈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 대선 때 여야 대선후보들이 개헌을 공약으로 내건 것도 이 같은 기류에 대한 정치권의 호응으로 볼 수 있다. 박근혜 당선인도 지난해 11월 ‘국민적 동의’를 전제로 4년 중임제 개헌을 약속한 바 있다.
이제는 국민 공감대를 이끌어낼 차례라는 것이다.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국제정세, 남북정세, 경제위기 등 여러 실체적인 문제와 관련해 개헌을 통해 어떤 실질적 이익을 얻을 수 있는지 국민이 납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 소장은 “임기 초반 대통령이 자신의 기득권을 내려놓겠다는 살신성인의 자세로 임하지 않으면 개헌은 결코 쉽지 않은 문제”라며 “권력구조의 전면적 개편 같은 무거운 주제보다는 총리의 권한을 실질적으로 보장할 수 있는 헌법 개정, 감사원의 국회 이관 등 현실적인 문제부터 국민 공감대를 얻어 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내영 교수는 “대통령 임기 초반에 여러 정당의 합의를 통해 근본적인 논의를 한다면 개헌이 가능하다. 나중에 뚜렷한 대선주자가 생기면 힘들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국회도, 청와대도, 학자들도 이미 여러 차례 논란을 거치면서 새 헌법안을 연구하고 기초를 닦아 놓은 만큼 실천하는 것만 남았다고 입을 모았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은 언제 하더라도 부담이 따를 수밖에 없다”며 “국정 부담이 더 크냐, 아니면 개헌의 필요성이나 개헌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더 크냐가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길진균 기자 leon@donga.com
최은경 인턴기자 서울대 사회교육학과 4학년
박준용 인턴기자 경희대 회계세무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