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경호실장에 내정된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4성(星) 장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육군사관학교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김 내정자가 육군참모총장으로 있을 때 박 내정자가 참모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김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이 된 뒤에는 박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육군참모총장이 됐다. 청와대의 장관급 세 자리 중 비서실장을 제외한 두 자리가 군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례적이다.
김 내정자의 국가안보실장 기용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국방 안보 분야의 핵심 공약을 성안했다. 박 당선인의 안보 철학을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배포가 있는 무장(武將)이다. 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확고한 태도로 북과 맞선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외교와 통일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김 내정자가 국가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초대 실장을 맡아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김 내정자 본인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안보실에 전문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비서실 내 별도의 조직으로 남게 되는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역할과 겹치거나, 둘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무 분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대선 막바지에 박 당선인의 당초 공약에 없었던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밀어붙였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런 점도 따져봐야 한다.
기우(杞憂)일 수도 있지만 군 출신의 청와대 안보실장과 경호실장이 본연의 임무를 넘어 월권을 하지 않도록 자중할 필요가 있다. 경호실장의 임무는 대통령과 가족의 신변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