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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대장 출신 안보·경호실장, 힘만 믿고 월권 않도록

입력 | 2013-02-09 03:00:00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에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경호실장에 내정된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은 육군 4성(星) 장군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육군사관학교 1년 선후배 사이인 두 사람은 김 내정자가 육군참모총장으로 있을 때 박 내정자가 참모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김 내정자가 국방부 장관이 된 뒤에는 박 내정자가 바통을 이어받아 육군참모총장이 됐다. 청와대의 장관급 세 자리 중 비서실장을 제외한 두 자리가 군 출신으로 채워진 것은 이례적이다.

김 내정자의 국가안보실장 기용은 어느 정도 예상된 일이다. 그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대선 캠프에서 국방 안보 분야의 핵심 공약을 성안했다. 박 당선인의 안보 철학을 잘 이해하고 구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가 나온다. 2007년 2차 남북 정상회담 당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과 악수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 ‘꼿꼿 장수’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배포가 있는 무장(武將)이다. 그가 서해 북방한계선(NLL)에 대한 확고한 태도로 북과 맞선 것도 잘 알려진 일이다.

그러나 외교와 통일 분야에서 실무 경험이 거의 없는 김 내정자가 국가안보 정책의 ‘컨트롤타워’인 국가안보실 초대 실장을 맡아 역할을 잘 수행해 낼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김 내정자 본인도 자신의 약점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안보실에 전문 인력을 강화해야 한다. 아울러 대통령비서실 내 별도의 조직으로 남게 되는 외교안보수석비서관의 역할과 겹치거나, 둘 사이에 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업무 분담을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김 내정자는 지난 대선 막바지에 박 당선인의 당초 공약에 없었던 ‘군 복무 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방안’을 밀어붙였고,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군 상부 지휘구조 개편에도 소극적인 자세를 보였다. 이런 점도 따져봐야 한다.

박 당선인이 작은 청와대를 만들겠다고 약속해 놓고도 경호처를 경호실로 승격하고 실장을 장관급으로 격상한 데는 부모를 총탄에 잃고 자신도 치명적인 테러를 겪었던 개인적 불행이 크게 작용했을 것이다. 역대 대통령 경호실장 가운데 가장 무게가 있는 육군참모총장 출신을 경호실장에 기용한 것은 대통령 신변 경호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요인(要人)에 대한 테러 방어는 군이 아니라 경찰 쪽에 오히려 전문성이 있다. 미국의 경우 군 출신을 경호실장으로 임명하지 않고 경호 자체의 영역을 중시하는 관행이 있다.

기우(杞憂)일 수도 있지만 군 출신의 청와대 안보실장과 경호실장이 본연의 임무를 넘어 월권을 하지 않도록 자중할 필요가 있다. 경호실장의 임무는 대통령과 가족의 신변을 보호하는 역할에 그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