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국민건강보험(NHS)은 영국이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서 퍼포먼스를 선보일 정도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제도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보장한다는 베버리지 보고서에 따라 1948년 도입했다.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가 아니라 100% 세금으로 운영된다. 전 국민이 빈부(貧富)에 관계없이 아프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면 정말 이상적이다. 문제는 의료의 질(質)이다. 영국 병원들은 모두 국영이며 의사는 공무원이다. 환자들이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짧게는 6개월, 길게는 2∼3년을 기다려야 한다. 조앤의 어머니도 이런 식으로 하다가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고 사망했다.
▷영국 정부는 6일 스태퍼드셔에 있는 스태퍼드 병원에서 2005년부터 4년간 최소 400명, 최대 1200명의 환자가 제대로 진료 받지 못해 사망했다는 ‘스태퍼드 병원 진상조사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거동이 힘든 환자가 침대에서 소변을 보고 일부 환자들은 음식과 물을 제때 공급받지 못해 꽃병의 물을 마셨다. 21세기 문명국가에서 일어난 일인지 귀가 의심스럽다. 2004년에도 영국에서 40대 간호사가 회생 가능성이 희박한 고령 환자에게 마취제를 투여하고 산소호흡기를 떼어내는 방식으로 죽음을 유도해 살인 혐의로 재판에 회부됐다. 이 간호사는 “병상을 빨리 비우기 위해 그랬다”고 말했다.
정성희 논설위원 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