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장수 안보실장-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 인연 눈길
8일 대통령국가안보실장과 경호실장에 내정된 김장수 전 국방부 장관(왼쪽)과 박흥렬 전 육군참모총장이 2007년 전반기 전군 주요지휘관회의에 참석해 나란히 앉아 있다. 당시 김 실장 내정자는 장관, 박 실장 내정자는 육군참모총장이었다. 동아일보DB
국가안보실장으로 내정된 김장수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육사 27기)는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국방부 장관이 되면서 육군참모총장을 박흥렬 경호실장 내정자(육사 28기)에게 물려줬다.
김 내정자는 육군참모총장 시절엔 육군참모차장이었던 박 내정자와 호흡을 맞춰 20여 개월간 육군개혁을 주도하며 찰떡궁합을 이뤘다. 두 사람은 주변에서 ‘환상의 콤비’라고 불릴 정도로 각별한 사이다. 박 내정자는 김 내정자를 “마음으로 존경하는 분”이라고 했다. 김 내정자는 지난해 대선캠프 국민행복추진위원회 국방안보추진단장을 맡으면서 박 내정자를 국방정책 전문가로 박 당선인에게 추천해 캠프에 합류시켰다. 이 때문에 김 내정자가 박 내정자를 경호실장으로 박 당선인에게 천거한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꼿꼿 장수’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김 내정자는 야전지휘관과 작전·전략 분야의 핵심 요직을 거친 국방정책 전문가로 대선 전후 국가안보실장으로 유력하게 거론돼 왔다. 비서실장에 앞서 국가안보실장을 먼저 발표한 것은 북한의 핵실험 위협으로 안보에 대한 위기의식이 커진 점을 감안한 것이라는 해석이다.
대선캠프에서 국방 정책의 틀을 짰고 공약집에 없던 ‘사병 군복무 기간 18개월로 단축’을 대선 직전 박 당선인에게 건의해 깜짝 공약으로 제시하게 할 정도로 당선인의 신임이 두텁다. 당시 그는 안보태세 약화를 걱정하는 박 당선인에게 “군 출신인 나부터 욕먹을 것임에도 제안하는 건 안보 약화 없이 단축하는 게 가능하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당선인과는 18대 국회의원이 된 2008년 국회에서 만나 인연을 맺은 뒤 국방예산, 국방개혁,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문제 등을 논의하며 “서로 가치관이 맞는다는 걸 확인했다”고 한다. 박 당선인이 지난해 7월 대선경선 캠페인 직전 김 내정자에게 “정책위원을 맡아 달라”고 요청하면서 캠프에 합류했다.
김 내정자는 인수위에서 외교국방통일분과의 국정비전 성안과 북한의 핵실험 위협 대응을 진두지휘했다. 국방 분야는 전문가이지만 외교통일 분야의 경험이 없다는 점이 컨트롤타워 역할의 약점으로 꼽힌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외교통일 전문가들을 국가안보실에 배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내정자는 2006년 중장에서 대장으로 진급하면서 육군참모차장에서 육군참모총장으로 전격 승진해 파격 인사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때까지 총장은 대부분 대장 직위를 거친 사람이 임명됐고 박 내정자 같은 사례는 이전까지 두 번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당시 박 내정자가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같은 부산 출신이라 ‘코드 인사’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으나 군 내부 신망과 능력을 인정받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소탈하면서도 호쾌한 성품으로 야전지휘관 시절 장병들에게 ‘신바람 나는 병영’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발휘했고 3군단장 시절에는 ‘장병들의 기가 살아야 강한 군대가 될 수 있다’는 지론에 따라 ‘의식 선진화’와 ‘병영 내의 인간존중 지휘’를 강조했다. 육군참모총장 시절에도 육군 조직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직을 원만하게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박 내정자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경호는 보디가드가 아니라 통합된 경호작전”이라며 포부를 밝혔다. 그는 “박 당선인을 개인적으로 잘 모르지만 며칠 전 내정 사실을 통보받고 ‘군 40년간 국가에 충분히 봉사했다고 여겼는데 더 할 일이 남았구나. 이게 내 사주팔자구나’라는 각오를 다졌다”고 했다.
○ 김장수 내정자
△광주(65) △광주일고 △육사 27기 △합참 작전본부장 △한미연합사 부사령관 △국방부 장관 △18대 국회의원(한나라당·비례대표)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
○ 박흥렬 내정자
윤완준 기자 zeit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