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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 꺼! 반칙운전/2부]범칙금 물어야 할 국민예능

입력 | 2013-02-09 03:00:00

안전띠 안 맨채 버스안 게임… 트럭 적재함 올라타 이동…





‘유재석 탈락, 김승우 탈락, 송지효 탈락…. 최지우 합격, 김완선 합격….’

KBS MBC SBS 등 지상파 방송 대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예인들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을 점수로 매긴 결과다. 동아일보와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2월 3일까지 방송된 KBS ‘1박2일’, MBC ‘무한도전’, SBS ‘런닝맨’의 총 30회 43시간 분량을 분석한 결과 차량 뒷좌석에 앉은 92명 가운데 8.7%(8명)만 안전띠를 맨 것으로 나타났다. ‘공인(公人)’들이 TV에서 교통안전을 위한 기본 수칙을 무시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뒷좌석에 안전띠가 없는 차량에 탔거나 안전띠 착용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운 경우는 분석에서 제외했다. 고정 출연자는 매회 출연한 것을 중복해 계산했다.

○ 뒷좌석 안전띠 착용 안하면 중상·사망률 9배 증가

‘1박2일’ ‘무한도전’ ‘런닝맨’은 거의 매회 차량 이동 장면이 등장한다. 출연자들은 차 안에서 대화를 하거나 게임을 진행했지만 대부분이 뒷좌석 안전띠를 매지 않았다. 뒷좌석에 앉은 장면 중 안전띠를 맨 장면은 가수 하하(하동훈)가 6회 중 2회, 김종민이 8회 중 1회, 배우 송지효는 4회 중 1회, 지석진은 2회 중 1회 등이다. 각 1회씩 출연한 배우 최지우와 가수 김완선 김태원 등 3명도 안전띠를 착용했다. 그 이외의 출연자들은 뒷좌석에서 안전띠를 아예 매지 않았다.

이 예능 프로그램들에서는 달리는 차 안에서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고 서 있는 위험한 장면이 연출됐다. 지난달 13일 ‘1박2일’에서 배우 김승우 등 출연자 7명은 뒷좌석을 원형으로 개조한 관광버스 안에서 탁자에 오른 채 게임을 하는 장면이 나왔다. 안전띠를 맨 출연자는 한 명도 없었다. 지난해 12월 8일 ‘무한도전’에서 유재석, 하하도 달리는 버스 뒷좌석에서 일어선 채 주사위를 굴리는 등의 모습이 등장했다. 차량이 급제동했을 때 출연자들이 크게 다칠 수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교통 전문가들은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는 건 목숨을 내놓고 방송을 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교통안전공단이 지난해 9월 시속 48km 충돌 실험을 실시한 결과 안전띠를 매지 않은 뒷좌석 탑승자가 부상할 가능성은 중상이 99.9%, 사망할 확률은 9.2%였다. 안전띠를 착용했을 때보다 9배나 높다. 현행법상 전세버스 및 시외버스 탑승자가 안전띠를 매지 않아 적발되면 운수회사가 50만 원, 운전자가 10만 원의 과태료를 각각 내야 한다. 승용차도 자동차전용도로에서 뒷좌석 안전띠를 착용하지 않으면 과태료 3만 원이 부과된다.

실제 인명 사고가 날 뻔한 상황도 있었다. ‘1박2일’은 지난해 11월 ‘오픈카 투어’에서 일부 출연진이 적재함에 들어가 논란이 일었다. 이런 상황에서 충돌사고가 날 경우 안전장치가 없는 출연자는 차 밖으로 튕겨나갈 수도 있는 위험한 장면이었다. 사람을 화물차 적재함에 태워 운전하다 적발되면 도로교통법에 따라 범칙금 5만 원을 내야 한다.

지난해 12월 16일 ‘1박2일’에서는 가수 성시경이 운전하면서 휴대전화로 통화하는 장면이 나왔다. 운전 중에 통화를 하면 운전 조작에 실수가 나올 가능성이 30배, 사고가 났을 때 중상을 당할 가능성이 6배로 높아진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 장택영 박사는 “운전 중에 다른 행동을 하면 주의가 분산돼 사고가 날 가능성이 더 커진다”고 했다.

‘인기 스타들이 반칙운전을?’ 지상파 TV 인기 예능 프로그램인 MBC ‘무한도전’(위 사진)과 KBS ‘1박2일’(아래 사진)에서 위험천만한 장면이 나왔다. 출연자들이 달리는 버스 안에서 일어선 채 주사위 게임을 하고 1t 트럭 적재함에 안전장치도 없이 탑승하는 모습이 여과없이 방영돼 시청자들로부터 강한 비판을 받았다. MBC KBS 화면 캡처

○ 방송부터 안전한 운전 모범돼야


남녀노소가 즐겨 보는 오락 프로그램에서 반칙운전 사례가 자주 등장하면서 시청자들도 강한 불만을 보였다. ‘1박2일’ 등 해당 방송사 홈페이지 시청자게시판에는 “아이들에게 항상 안전띠를 매라고 가르치는데 정작 방송이 이를 지키지 않으니 황당하다” “재미도 중요하지만 출연진의 안전이 최우선 아니냐”는 비판 글이 수백 건 올라왔다.

전문가들은 안전띠 착용이 생활 습관으로 자리 잡으려면 방송 등 미디어부터 솔선수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2011년 한국의 뒷좌석 안전띠 착용률은 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가운데 최하위였다. 1980년대부터 전 좌석 안전띠 착용을 의무화해 안전띠 착용률이 90%가 넘는 독일(98%) 영국(91%) 등 교통 선진국과 대조적이었다. 오성삼 건국대 교육공학과 교수는 “교통안전 교육을 10시간 받는 것보다 연예인이 방송에서 안전띠를 착용한 모습을 한 번 보여주는 게 시청자에게 더 큰 영향을 준다”고 말했다.

‘무한도전’ 연출자인 김태호 PD는 “촬영을 하면서 안전띠를 깜빡 잊을 때가 있다”며 “출연자들이 뒷좌석 안전띠를 철저히 매도록 해 ‘착한 예능’으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런닝맨’의 임영택 PD도 “앞으로는 자동차전용도로가 아닌 일반 도로에서도 출연자들이 안전띠를 매도록 의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건희 기자 bec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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