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트라넷 보면 기업 색깔 보인다
SK그룹 인트라넷 ‘톡톡’(toktok)에는 이런 질문이 요즘도 올라온다. 지난해 시즌2까지 이어진 20회 분량의 사내(社內) 시트콤의 후속작품을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이 올린 것이다. 주말과 새벽시간에 계열사 사옥에서 촬영해 톡톡에 연재한 이 시트콤에는 프로 배우들이 출연해 직장생활의 에피소드를 깨알같이 재현했다.
삼성전자는 ‘삼성전자 라이브(LiVE)’를 직원 가족들에게도 개방해 소통의 장(場)으로 활용하고 있다.
SK그룹의 인트라넷 ‘톡톡’(왼쪽)과 LG그룹 ‘LGIN’의 초기 화면. 삼성전자와 현대·기아자동차는 보안을 이유로 인트라넷 화면 캡처를 막아 놓았다. 각 그룹 제공
SK그룹의 톡톡은 직장인의 희로애락을 그린 웹툰도 20회 연재했다. ‘미쓰리의 퀴퀴한 일기’로 유명한 이보람, ‘추리닝 차차’의 차세정 등 잘나가는 웹툰 작가들이 직접 그렸다.
‘피할 수 없는 야근’ ‘파란만장한 회식’ ‘짧아서 더 달콤한 주말’ 등 웹툰과 시트콤 속에 담긴 리얼한 소재들은 톡톡에 익명으로 올라온 직원들의 사연이 바탕이 됐다. 임직원 모두가 ‘작가’이자 톡톡 그 자체가 ‘대본’인 셈이다.
톡톡이라는 이름은 2010년 8월 오픈 당시 공모를 통해 정했다. ‘이야기한다’는 영어 단어 ‘토크(talk)’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하루에도 수십 건이 올라온다. 특히 로그인 절차 없이 이용하는 익명게시판은 직원들에겐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마음껏 외칠 수 있는 ‘대나무 숲’ 같은 공간이다. 기업문화, 경영 가릴 것 없이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다.
○ 삼성 ‘자유방임’ LG·현대차는 실명
삼성그룹은 ‘관리의 삼성’이라는 평소 이미지와는 달리 사내게시판을 철저하게 ‘자유방임형’으로 운영한다. 삼성 관계자는 “인트라넷에 올라오는 글은 어떤 방식으로도 활용하지 않는다는 게 원칙”이라며 “화면을 캡처할 수도, 마우스로 드래그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지켜보는 ‘빅브러더’가 있다는 느낌을 주는 순간 아무도 글을 올리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었다.
이 덕분에 과감하다 싶은 글도 적잖이 올라온다. 삼성전자 라이브의 익명게시판 ‘이슈토론방’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초과이익분배금(PS) 정책에 대한 찬반 토론이 이어졌다. 상대적으로 PS가 적게 나온 사업부의 한 직원이 “불평등하다”고 올린 글은 순식간에 1만6000건이 넘는 조회수를 기록하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사내게시판을 직원 가족에게도 공개했다. 인트라넷과 연결된 외부 사이트에 가족들이 글을 올리면 ‘패밀리삼성’이라는 코너에 자동으로 연동된다. 댓글도 공유할 수 있다. 주로 주부들이 살림에 유용한 글이나 해외지사 생활을 하며 찍은 사진을 올린다. 이 밖에 포털사이트처럼 ‘인기 컨텐츠 탑5’를 운영해 직원들의 실시간 관심사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6일 오후 6시경 1등 검색어는 ‘설 보너스 지급 안내’, 2등은 ‘꽃미남 꽃미녀 신입사원들’이었다.
LG그룹과 현대·기아자동차의 인트라넷은 긴 역사만큼 아직 다소 보수적인 편이다. 1997년 운영을 시작한 LG그룹의 ‘LGIN’은 철저한 실명제가 원칙이다. 다만 계열사에 관계없이 전 임직원이 하나의 인트라넷을 이용하고 있어 공감대를 끌어내는 역할을 한다는 평이다. LG유플러스 직원도 LGIN에 접속하면 LG전자의 사보를 읽을 수 있는 식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인트라넷을 직원들로부터 새로운 사업 아이디어와 전략을 구하는 창구로도 활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IBM의 ‘w3’다. 세계 170개국 14만 명의 직원이 사용하는 w3는 회사의 주요 전략 방향 등을 정하는 주요 도구다. 지사나 업무에 관계없이 누구나 업무지식과 자료를 공유하고, 눈치 보지 않고 아이디어를 제안한다. 박승렬 한국IBM 상무는 “w3는 통합적인 인재관리와 경영진의 의사결정을 도와 조직성과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며 “단순히 회사의 정보를 전달하는 데 그쳤던 인트라넷이 이제는 직원 간 협업과 네트워킹 툴로 진화하고 있다”고 평가했다.김지현·정지영 기자 jhk85@donga.com
김호경 인턴기자 한양대 법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