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철새도래지 나들이
“아빠, 저 철새들은 어디가?” 1일 서울 여의도 한강 밤섬 철새조망대에서 본보 김재영 기자(뒤쪽)가 아들 동윤 군(7)과 함께 망원경으로 밤섬의 겨울철새를 관찰하고 있다. 실내에 있어 날이 추워도 따뜻하게 겨울철새를 만날 수 있다. 최혁중 기자 sajinman@donga.com
망원경으로 한강 밤섬을 주시하던 아이가 신기한 듯 재잘거린다. 재빨리 망원경을 들여다봤다. 밤섬 버드나무를 검은 새가 새까맣게 뒤덮고 있었다. 머리를 긁적이자 대학생 자원봉사자가 나선다. “민물가마우지예요. 나무가 눈이 쌓인 듯 하얗죠? 밤섬이 제 집인 듯 머무는 놈들이 싸 놓은 하얀 배설물 때문이에요.”
철새는 겨울이면 우리나라를 찾아오는 단골손님. 멀리 늪지대나 시골의 논밭에서나 볼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강생태공원 등 서울 도심에서도 쉽게 볼 수 있어 방학을 맞은 어린이들의 체험학습으로 제격이다. 기자가 7세 된 아들을 데리고 1일 여의도 밤섬 철새조망대와 강서습지생태공원을 찾았다.
하지만 20분 이상 머무르기에는 답답했다. 철새에 대한 정보를 보여주는 46인치 디지털정보디스플레이는 고장 난 상태. 좁은 실내에서만 관찰해야 해 철새를 볼 수 있는 각도도 제한적이다. 다만 날씨가 추울 때에도 따뜻하게 철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다.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철새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강서습지생태공원으로 이동했다. 방화대교 남쪽 끝에서 행주대교 남쪽 끝 사이 한강 둔치에 있는 이곳은 한강에서 가장 많은 종류의 철새를 관찰할 수 있다. 지하철 5호선 방화역 1, 2번 출구로 나와 6번 마을버스를 타면 된다.
한강 20m 앞에서 바로 철새를 볼 수 있다는 것이 장점. 8∼10배율의 휴대용 쌍안경 정도로도 충분히 철새를 즐길 수 있다. 하늘을 올려다보니 우리나라 철새의 대표 격인 기러기가 아름다운 V자 대형으로 날며 군무를 펼친다. 물가에서는 청둥오리 수백 마리가 무리지어 떠 있는 장관을 볼 수 있다. 철새가 지척에 있어 새들의 노랫소리도 들을 수 있다. 다만 강바람이 거세기 때문에 평소보다 옷을 두껍게 입어야 한다.
아이에게 제대로 설명할 자신이 없다면 전문가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한 방법. 2월 말까지 한강공원의 생태프로그램에 참가하면 강서 고덕 난지 선유도 등 한강공원에서 가이드의 자세한 설명과 함께 겨울철새를 만나볼 수 있다.
김재영 기자 redo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