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해규 서울대 교육학과 초빙교수
현실이 이러하니 좋은 직장을 많이 만들고 그곳에서 유능한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체계를 갖추는 것이 국가의 가장 중요한 일이 될 수밖에 없다. 새 정부도 ‘창조경제’로 좋은 일자리를 만들고 학위-자격-직무경력을 호환하는 통합적 국가역량체계를 만들겠다고 한다. 하지만 전문가, 고위 공무원들이 책상 앞에서 만든 정책만으로는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어려울 것이다.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이를 수용하는 현장은 다르게 움직이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급자 중심 직업훈련, 외면당해
직업교육훈련이 성과를 거두려면 훈련을 받은 참여자들이 취업 등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직업교육훈련 서비스가 취업에 유용하고 취업 후 실력을 인정받을 수 있을 정도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 현실에서는 훈련기관의 교육 내용이 거의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 국가가 직업훈련생을 위해 비용을 대고 교육을 받으라고는 하지만 실제 교육 내용이 정말로 취업에 도움이 될 정도인지는 따져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수요자 중심 교육을 늘 외치지만 실제로는 공급자(정부) 중심의 직업교육훈련이 된다.
이런 문제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첫째, 직업교육훈련을 위한 가장 중요하고 중심적인 교육기관을 지금처럼 학원이 아닌 전문대학, 일반대학, 특수대학 등의 정규 고등교육기관으로 바꿔야 한다. 그리고 학습자들이 고등교육기관에서 평생직업학습을 배울 수 있도록 국가장학재단과 고용보험의 재원으로 지원해야 한다.
둘째, 노동조합이나 직능별 협동조합 등이 직업교육훈련 시장을 형성하는 데 주도적으로 나설 수 있도록 정책과 지원을 집중해야 한다. 국가 표준 직무능력을 제정 및 개정하고, 자격의 제정과 개정 사업에 이들이 중심이 돼야 한다. 이들이야말로 실제 직업교육훈련을 받고 이를 통해 취업을 하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셋째, 고등교육기관에서 이뤄지는 직업교육훈련 교과는 산업계의 직능 협동조합 등이 중심이 돼 만드는 국가 표준 직무능력을 기초로 삼아야 한다. 넷째, 전국적 차원에서 평생직업학습을 지원하기 위해 평생교육법과 인적자원기본법을 통합 발전시킨 ‘평생학습지원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학원 아닌 정규 학교서 가르쳐야
임해규 서울대 교육학과 초빙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