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리야 레핀, 볼가 강에서 배를 끄는 인부들, 1870∼73년, 캔버스에 유채.
정치도 모르고 범죄도 저지른 적 없는 순박한 촌부가 스파이 누명을 쓴 채 10년형을 선고받고 8년째 강제노동수용소에서 인간기계로 학대받고 있다면? 당신이 만약 정의감에 불타는 사람이라면 불끈 치솟는 분노를 참기 힘들 것이다.
스탈린 공포정치 시대, 평범한 농부 이반 데니소비치 슈호프에게 그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일어났다. 하지만 슈호프는 끔찍한 불행에도 긍정적인 생각을 잃지 않는다. 영하 27도의 혹한에 짐승처럼 착취당한 하루도 재수 좋은 날이라고 기뻐한다. 하긴 영창에 들어가지도 않았고, 점심에 죽 한 그릇을 속여 더 먹었으며 잎담배도 구했으니 무엇을 더 바라겠는가.
요즘 시대적 관심사는 사회적 약자의 고통이다. 진실과 정의를 외치는 사람들이 자유보다 소중한 국 한 그릇의 의미를 깨닫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이명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