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공연 리뷰]범인 알리바이 파헤쳐라… 관객이 수사대

입력 | 2013-02-12 03:00:00

미용실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쉬어 매드니스’ ★★★★




연극 ‘쉬어 매드니스’는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허물고 관객의 자발적 참여를 이끌어낸다. 뮤지컬해븐 제공

여러 공연이 극 중에 이런저런 방식으로 관객을 참여시키지만, 연극 ‘쉬어 매드니스’(변정주 연출)는 관객이 극의 결말을 좌지우지한다는 점에서 확실한 차별성을 지닌다. 어지럽고 산만한 미용실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지켜보는 관객은 유명 피아니스트 살인 사건의 목격자가 된다.

연극이 시작되기 10∼20분 전 느긋하게 공연장을 찾은 관객은 이미 영업을 시작한 쉬어 매드니스 미용실에 눈이 휘둥그레진다. 관객이 속속 입장할 시간, 미용사 조지(정태민)와 수지(윤정선)는 쩌렁쩌렁 울리는 로큰롤 음악 속에 전화를 받거나 속닥거리면서 무대와 객석 간 벽을 허물 준비를 한다.

쉬어 매드니스의 하루가 본격적으로 시작되고, ‘부잣집 사모님’ 한보현(김송이)과 골동품 판매상 오준수(유재동)가 미용실에 들어선다. 헤어스타일을 바꾸려거나 면도를 하려는 손님들이 미용사들과 뒤죽박죽 엉키는 동안 관객마저 정신없는 미용실의 리듬에 휘말린다.

조지는 위층에서 시도 때도 없이 두드려대는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곡을 못 견디고 뛰쳐 올라가고, 수지는 쓰레기통을 비우러 나가고, 오준수도 차를 빼러 자리를 비웠다. 혼자 남은 한보현은 의심스러운 통화를 한다. 잠시의 침묵 뒤에 형사(이현철)가 문을 벌컥 열고 나타난다. “피아니스트 송채니 선생님이 살해당했습니다. 범인은 바로 미용실 안에 있는 여러분 중 하나입니다.”

형사는 객석에 불을 환하게 켜고 요청한다. 용의자들이 지금까지 상황을 재연할 테니 뭔가 이상한 부분이 있으면 바로 얘기해 달라고. 이 지점에서 관객의 몰입도가 배가되면서 극은 팽팽한 탄성으로 튀어 올랐다. ‘용의자들’이 이전과 아예 다르게 하거나 살짝 바꾼 부분을 눈 밝은 관객들이 사정없이 집어내고, 배우의 즉각적인 리액션에 객석이 다시 반응하면서 분위기가 고조된다.

관객은 손을 들고 직접 질문을 하고 배우는 이에 답한다. 배우는 ‘예상 질문’을 미리 뽑아 상황별로 연습하지만 예기치 않은 질문은 모두 즉흥연기로 해결해야 한다. 신문 도중 알리바이가 증명되는 한 사람을 제외하고 관객의 다수결로 세 사람 중 한 명이 범인으로 결정된다. 배우들은 세 가지 결말을 모두 준비해둔다. 관객의 참여를 유도하는 것이 강요가 되거나 어색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자발성을 끌어내는 점이 돋보인다.
: : i : :

강우진 형사 역에 서성종, 조지 역에 김철진, 한보현 역에 고혜미, 수지 역에 김나미, 김소희, 오준수 역에 김도형이 번갈아 출연한다. 서울 대학로 문화공간 필링 2관에서 무기한 공연. 3만 원. 02-744-4334

조이영 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