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타19’의 효린.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제공
‘건강한 체격의 아이돌’의 줄임말인 건체돌은 △나올 덴 나오고 들어갈 덴 들어가되 △TV화면에 나오는 허벅지는 조금 굵어 보일 수 있으며 △인터넷 댓글에서 ‘제발 살을 빼지 말아 달라’라고 애원하는 팬들을 거느린 스타들이다. 건체돌에 관한 기사에는 “허벅지 굵다”라는 비난보다 “살 빼지 말라”라는 응원의 댓글이 더 많이 달린다.
건체돌이 뜨는 이유로는 깡마른 여가수 몸매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1순위로 꼽힌다. 아이돌 가수들은 거의 대부분 빼빼 마른 체격의 소유자들이다. 아이유의 몸무게는 44kg, ‘카라’ 멤버 구하라의 허리 사이즈는 21인치로 알려져 있다. 소녀시대 멤버 9명도 새 앨범을 낼 때마다 뼈만 남은 몸매와 비현실적인 각선미로 인기몰이를 했다. 비슷비슷해 보이는 얼굴에 똑같이 마른 몸매. 개성이 생명이어야 할 직종인 연예인이 가장 획일화되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건강한 신체에 어울리는 건체돌의 털털하고 솔직한 성격은 ‘삼촌’뿐만 아니라 여성도 팬으로 흡수해 지지층을 넓히고 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비쩍 마른 사람은 신경질적으로 보이지만 통통한 사람은 성격이 솔직하고 편안해 보여 남녀 모두 좋아하게 된다”라고 분석했다. 미쓰에이 소속사 JYP엔터테인먼트 홍보팀 관계자도 “수지는 자신의 통통한 다리를 두고 ‘수끼리(수지+코끼리)’라고 표현하는 누리꾼들을 신경 쓰지 않는다”라며 “몸매에 당당하고 털털한 모습을 여성 팬들도 좋아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시크릿’의 전효성. 동아일보DB
건체돌의 출현은 대중문화에서 마른 것이 미덕이라는 통념을 깨고 몸매의 다양성을 확보한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여성 아이돌의 비현실적인 몸매로 인해 다이어트 강박증을 느끼는 이가 많았기 때문이다. 배국남 문화평론가는 “대중매체는 다양한 몸을 가진 사람들의 전시장이 되어야 한다”라고 말했다. TV를 보며 깡마른 몸매만 예쁘다고 여겼던 소녀들, 이제 책상 앞에 붙여 놓은 ‘소녀시대 식단’을 떼어 내도 괜찮을 듯하다.
전주영 기자 aimhigh@donga.com
문현경 인턴기자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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