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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경남]한파 녹이는 ‘사랑의 교복 나누기’

입력 | 2013-02-13 03:00:00

부산 남구, 저소득층에 25만원씩 구입비 지원
‘교복 물려주기’ 운동도 확산




부산 사하구 영남중 학생들이 상담실에서 선배들로부터 기증받아 깨끗하게 세탁된 교복을 살펴보고 있다. 사하구 제공

혼자 두 아들을 키우고 있는 부산 남구 우암2동 김명선 씨(45)는 얼마 전 주민센터에서 전화 한 통을 받고 그동안 마음에 걸렸던 걱정거리가 사라졌다. 올해 중학교에 입학하는 큰아들 교복구입비 25만 원을 지원해주겠다는 희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김 씨는 “생활비가 부족해 고가의 교복을 어떻게 구입할지 걱정이 많았다”며 “명절이 겹쳐 지인들에게 돈을 빌리기도 여의치 않았는데 이렇게 도움을 받게 돼 고맙다”라고 기뻐했다.

부산 남구는 최근 입학을 앞둔 관내 저소득층 중학생 150명에게 25만 원씩 모두 3750만 원의 교복구입비를 지원했다. 교복지원금은 남구청과 남부교육지원청 공무원들이 지난해 월급에서 1000원 미만 자투리 금액을 모은 2000여만 원과 남구축구연합회, 한국전기공사협회, 시티캅 등 업체와 개인 등이 기탁한 성금으로 마련했다. 이 사업은 2008년 중학교 신입생 40명을 대상으로 처음 시작돼 지금까지 총 614명에게 1억7000여만 원을 지원했다.

5일 오후 부산 영도문화예술회관에서는 중고생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두 드림(DREAM) 콘서트’가 열렸다. 비보이 댄스와 밴드공연이 이어질 때마다 청소년들의 함성과 박수가 공연장을 뜨겁게 달궜다. 박모 군(16)은 “교복은 그냥 입다가 졸업하면 버리는 것으로 생각했는데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문화공연도 관람할 수 있어 좋다”라고 말했다.

이날 행사는 영도구가 신학기 책값과 교복구입비 등으로 어려움을 겪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지난해부터 벌이고 있는 교복 물려주기 사업의 하나였다. 이번 사업에 참여한 학생들을 초청해 무료 문화공연으로 감사를 표시한 것이다. 올해는 관내 13개 중고교에서 550여 명이 참여해 약 1억5000만 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뒀다. 영도구에서는 지난해에도 중학생 333명, 고등학생 123명이 참여해 교복구입비 9100여만 원을 절약했다.

부산 사하구는 세탁업소인 오시나래세탁과 협약을 맺고 교복 물려주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세탁업소는 세탁과 수선을 무료로 해주고 구청은 교복 기증 학생들에게 을숙도문화회관의 음악, 연극 등을 관람할 수 있는 입장권을 선물한다. 현재까지 이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학교는 관내 중학교 16개 가운데 감천중 건국중 등 9개교다.

부산 금정구청도 이달 말까지 관내 중고교를 대상으로 교복을 모은 뒤 매주 금요일 구청 앞마당에서 열리는 ‘나눔장터’를 통해 교복 나누기 행사를 병행한다. 부산 기장군청은 저소득 한부모가정 중고교 신입생을 대상으로 교복비 24만 원을 지원한다.

한편 부산진구 부전동 사회복지법인 ‘희망을 여는 사람들’ 부설 두드림 교복센터에서는 시중가보다 싼 가격에 교복을 판매하고 있다. 중고교 졸업생에게서 헌 교복을 기증 받아 세탁과 수선을 거친 뒤 새 교복처럼 포장해 판매한다. 현재 보유 물량은 부산 지역 320여 개 중고교 교복 2700여 벌. 가격은 동복의 경우 상의와 셔츠, 조끼, 하의를 모두 합쳐 3만 원 선. 이곳에서 교복을 구입한 이모 씨(40·여)는 “교복을 저렴하게 구입하고 환경보호 차원에서 입던 교복을 재활용할 수 있어 일석이조”라고 말했다.

조용휘 기자 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