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단지원 중고 진학땐 사례” 4명에게 1억7000만원 지급
서울 A중학교 축구부 김모 전 감독(44)은 2009년 8월경 프로축구단 수원 삼성 측에서 특별한 제안을 받았다. “축구부 에이스인 제자 두 명을 수원 삼성이 지원하는 경기 모 고교 축구부로 진학시켜주면 사례금을 주겠다”는 거였다. 그는 같은 해 9월 5000만 원과 1000만 원씩 두 차례에 걸쳐 6000만 원을 계좌로 송금 받았다. 부산 아이파크와 포항 스틸러스 스카우트 담당자에게서도 2256만 원을 받았다. 그의 축구부 제자 가운데 일부는 1, 2년 뒤 3개 구단이 지원하는 고교 축구부로 진학했고 한 명은 올해 프로축구단으로 영입됐다.
경기 B중학교 이모 전 감독도 2008년 8월경 부산 아이파크 축구단 등으로부터 “에이스 두 명을 부산 모 고교로 진학시켜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그 대가로 2개 프로축구단에서 4700만 원을 받았다. 경기 C초등학교 축구부 박모 전 감독과 경기 D중학교 정모 전 감독도 프로축구단에서 비슷한 제안과 대가성 돈을 받았다.
이런 식으로 감독 4명이 2008년 8월부터 2010년 말까지 5개 프로구단에서 받은 뒷돈은 약 1억7000만 원이나 됐다. 이들의 제자 21명은 5개 구단이 지원하는 중고교로 진학했다.
부산지법 형사합의5부(부장판사 박형준)는 프로축구단 스카우트에게 돈을 받고 유소년 축구선수들을 특정 중고교에 진학시킨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김 전 감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8200만 원을 선고했다고 12일 밝혔다. 이 전 감독은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추징금 4700만 원, 박 전 감독은 벌금 800만 원에 추징금 1700만 원, 정 전 감독은 추징금 2300만 원을 각각 선고받았다. 이들에게 돈을 건넨 5개 구단 스카우트 담당자들도 벌금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신성한 학교체육의 전통과 명예를 저해하고 어린 학생 선수를 상품화하는 그릇된 풍조를 조장했다”며 “다만 진학 과정에서 해당 선수와 학부모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가 없었고 선수들이 진학한 상급학교가 좋은 환경을 제공한 점, 프로축구단의 유치경쟁 과열 등 축구계의 구조적 문제로 일어난 범행인 점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축구계는 “프로축구단이 지원하는 학교로 진학할 경우 해당 구단이 스카우트 과정에서 사실상 우선지명권을 갖는 축구계 관행이 뒷돈 거래로까지 확대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부산=윤희각 기자 tot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