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속도 30km도 아이들엔 위험
서울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은 본보 인터뷰에서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를 응원한다”며 “스쿨존 교통사고를 줄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녹색어머니회 우동숙 감사, 김영례 회장, 오현경 부회장, 권혜영 부회장(왼쪽부터)이 ‘어린이 보호운전’ 띠를 두른 채 엄지손가락을 세워 보이며 미소 짓고 있다.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녹색어머니회는 지난해 11월 25일 45번째 생일을 맞았다. 전국에서 약 52만 명이 활동하고 있다. 초등생 등하굣길 교통지도를 비롯해 교통사고 피해 아동 돕기, 안전운전 캠페인 등 학교 앞 반칙운전을 막기 위한 활동이 이들의 주 임무다. 지난달 29일 서울녹색어머니회 회원들을 인터뷰했다.
녹색어머니들이 본 스쿨존은 ‘전쟁터’다. 올해 7년째 활동 중인 김영례 씨(45·서울녹색어머니회장)는 제한속도(시속 30km)가 너무 빠르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교통지도 중에 휙 하고 지나가는 남편 차량을 보고 따졌더니 “그게 시속 30km였는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느리게만 보였던 숫자가 실제로는 얼마나 위협적인지 실감했다. 김 씨는 “아이들에게 시속 30km는 살인적인 속도”라고 지적했다.
6년째 활동 중인 오현경 씨(43·서울녹색어머니회 부회장)는 자녀 학교 바로 옆에 왕복 12차로 대형 도로가 있어 육교 설치를 여러 번 건의했다. 하지만 구청 담당자는 “육교가 사라지는 추세라 없애기는 해도 새로 짓지는 않는다”라는 대답만 되풀이했다. 단속카메라를 설치해 달라고 거듭 요청한 끝에 1대를 설치했지만 그마저 실제 단속이 필요한 지점이 아닌 한가한 곳에 설치됐다.
녹색어머니들은 운전자들의 편견과 무시에 상처받기도 한다. “이거 하면 얼마 받아요?”라고 묻는 운전자도 있다. 돈을 받지 않는다고, 봉사라고 말해도 “그럴 리가 있나. 유니폼도 입었구먼”이라며 비아냥대기도 한다. 서울시에서 매년 약 1500만 원이 지원되지만 이들에게 지급되는 돈은 한 푼도 없다. 모두 깃발과 어깨띠 구입 등에 쓰인다. 앞으로 내민 깃발을 그냥 치고 가는 운전자도 있다고 한다.
어려움이 많지만 이들의 힘으로 학교 주변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올해 6년째 활동 중인 우동숙 씨(43·서울녹색어머니회 감사)는 경찰에 거듭 요청한 끝에 학교 주변 일부 도로를 등하교 시간에는 일방통행으로 운영하도록 바꾸게 했다.
이들은 동아일보의 ‘시동 꺼! 반칙운전’ 시리즈가 큰 힘이 된다고 했다. 김영례 씨는 “교통안전에 이렇게 관심을 가져 주는 언론은 지금까지 동아일보가 처음”이라며 “기사 한 건이 녹색어머니 100명의 역할을 하는 셈이다. 모든 운전자가 ‘시동 꺼! 반칙운전’을 읽고 아이들을 배려하는 운전을 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