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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성이 답한다]스마트폰 시대 뇌, 멍 때릴 시간을 원한다

입력 | 2013-02-13 03:00:00


《 Q: 두뇌를 집중적으로 쓰는 작업을 오래 하고 나면 더이상 새로운 정보가 머릿속에 들어오지 않고 아이디어도 잘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다. 인간의 기억용량과 뇌 활용 능력을 키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

신동원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학교실·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망증을 호소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뇌에 병이 있거나 치매에 걸린 것은 아닌지 묻는 환자가 많은데 대부분 특별한 질환이 있는 것은 아니다. 뇌의 ‘과부하’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일 뿐이다. 아무리 똑똑한 사람이라도 뇌를 혹사해서는 똑똑하기 어렵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도 사소한 물건이나 약속은 잘 잊어버렸다고 한다.

한 학생이 친구들을 만나지 않고 공부만 하는데도 성적이 떨어져 고민했다. 이 학생은 밖에서 친구들을 만나진 않았지만 온라인상에서는 늘 접속 상태였다. 스마트폰을 곁에 두고 공부하면서 문자메시지와 채팅으로 끊임없이 친구들과 연락했던 것이다. 뇌는 한번 다른 곳으로 신경이 분산되면 원래 하던 일에 다시 집중하는 데 몇 배의 노력이 필요하니 공부가 잘될 리 없었다. 뇌가 휴식하지 않아 과부하가 걸린 것이 성적이 하락한 이유였다.

모든 악기가 심포니의 처음부터 끝까지 있는 힘껏 소리를 낸다고 상상해 보라. 듣는 이는 시끄럽다 못해 귀가 아플 것이다. 아름다운 심포니는 절제와 강조, 강약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뇌도 마찬가지다. 모든 뇌세포가 쉴 틈 없이 계속해서 활성화하면 뇌는 과부하와 피로를 견디기 어렵다. 가장 훌륭한 수행은 휴식과 집중이 조화를 이룰 때 나타난다.

뇌는 휴식하는 동안 내측 측두엽, 내측 전두엽, 후측 대상피질 등 일명 DMN(Default Mode Network)이라 불리는 부위가 활성화된다. 새로운 자극이 들어오고 새로운 작업에 집중하면 DMN의 활성도가 감소하면서 작업에 필요한 다른 뇌 부위가 활성화된다.

예전에는 버스를 타고 ‘멍 때리며’ 차창 밖을 보는 사람이 많았다. 요즘엔 많은 사람이 버스와 지하철에서 휴대전화로 문자메시지를 주고받고 게임을 하고 음악을 듣는다. 요즘 사람들은 일을 할 때도 뇌를 사용하고 일을 하지 않을 때도 휴대전화 같은 디지털 기기로 뇌를 자극한다. 잠자리에까지 휴대전화를 들고 간다.

휴대전화가 국내에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88년 서울 올림픽 무렵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지는 3년밖에 안 됐다. 인간의 뇌가 일하는 방식은 수천 년간 큰 변화가 없었지만 우리가 뇌를 사용하는 방식은 몇 년 사이에 급격하게 바뀌었다.

필자 역시 병원을 오가면서 한시도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스스로 문제가 있다는 생각에 디지털 기기가 뇌에 미치는 영향을 찾아보았고 그 연구결과를 ‘멍 때려라!’라는 책에 소개하기도 했다. 신체가 무한의 에너지를 발산할 수 없듯이 신체 일부인 뇌도 휴식이 필요하다.

신동원 성균관대 의대 정신과학교실·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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