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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한영애 “번잡한게 싫었는데… 이젠 대중속이 더 행복해요”

입력 | 2013-02-13 03:00:00

3월 8∼10일 세종문화회관서 콘서트




가수 한영애는 잘 웃었다. 동안이라고 칭찬하자 돌아온 대답. “찍어 발랐으니 그렇죠. 얼마 만이야? 평소엔 세수할 때도 거울 안 보는데.” ‘아직 딸기띠’라는 그에게 기자는 ‘나는 키위띠’라 응수했다. 홍진환 기자 jean@donga.com

소녀 같기도 하고 할머니 같기도 하다. 광인인 듯도 하고 현자인 듯도 하다, 그의 목소리. ‘조율’ ‘말도 안돼’ ‘누구 없소?’ ‘코뿔소’ ‘여울목’ ‘건널 수 없는 강’에서 뿜어져 나오는 그의 음파는 공옥진의 춤이나 청룽(成龍)의 취권처럼 듣는 이를 방심시켰다 허(虛)를 쿡 찌른다.

12일 오후 서울 성북구 성북동의 한 카페에서 가수 한영애를 만났다. 신문에 써야 하니 나이가 궁금하다고 하자 “스물여덟 딸기띠”라고 응수한다. 무당이나 마녀보다 소녀에 가까운 엉뚱함.

그는 3월 8일부터 10일까지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콘서트 ‘원추(want you)?’를 연다. 2년 만의 단독 공연이다. 6만6000∼7만7000원. 02-322-1273

그는 지난해 MBC TV ‘나는 가수다-시즌2’에 5개월간 출연했다. “평생 TV에 나온 것보다 지난해 분량이 더 많았다”는 그는 거기서 ‘사랑, 그 쓸쓸함에 대하여’ ‘라구요’ ‘옛사랑’ 같은 노래를 재해석했다. 사람들과의 접점을 넓히고 싶었다는 말을 믿어도 될까. 15년째 함께 일하는 매니저도 “찻잎 따러 간다며 산에 올라가 연락 두절될 때가 많았다”고 하던데.

―‘증발’을 잘한다는데….

“등산 갔다 좋으면 며칠 머무는 거지, 뭘. 사람 잘 안 만나고 살긴 한다. 번잡한 게 싫더라고.”

―‘나는 가수다’ 출연은 어땠나.

“재밌었다. 행복했다. 김수철의 ‘별리’를 불러보고 싶었는데 못 불렀다.”

―독특한 ‘한영애 창법’은 어디서 나온 건가. 무속이나 국악의 느낌도 난다.

“무속인, 얼마나 멋있어? 제사장처럼 하늘과 통하는 사람들인데! 세상의 모든 소리가 음악이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했다. 노래하다 ‘흡’ ‘슥’ 소리를 내니 초창기엔 이상하게 봤다.”

―녹음할 때도 별난 일이 많았다는데….

“누워서 했다, 벗고 했다 별걸 다 해봤다. 1991년 ‘말도 안돼’ 녹음 때 일이다. 노래하다 잘 안되면 손목에 주렁주렁 찬 방울 팔찌를 흔들어댔다. 편곡자가 그 소리를 노래에 넣었다.”

―자신을 가장 잘 설명해주는 노래는….

“‘상사꽃’(한영애 작사 이병우 작곡·1995년)이다. 내가 돌아가면(죽으면) 이 노랫말을 써달라는 얘기도 주변에 했었다. 잎과 절대 만날 수 없는 꽃에 대한 얘기다. 이번 공연 때도 부를 거다.”

―결혼을 한 번도 안 했나.

“그렇다. 절실했으면 했겠지. 경기도에 혼자 산다. 남자친구 없다. 만족한다. 결혼할 일 생기면 제일 먼저 동아일보에 알려줄게.”

―어떤 공연을 보여줄 건가.

“평균 연령 23세의 밴드 멤버들과 연습 중이다. 옛 노래부터 요즘 노래까지 다양하게 꾸밀 거다. 최근 방송 녹화에서 2NE1의 ‘어글리’도 불렀다. 지방 공연도 할 거다.”

―2003년 ‘비하인드 타임’ 이후 앨범 소식이 없다.

“올해 가능하면 싱글로라도 신곡을 내고 싶다. 목이 마르다.”

―어떤 가수로 기억되고 싶나.

“어느 날 어딘가에서 내 노래가 흘러나올 때 그걸 듣고 공감해줄 사람 한 명만 있으면 족하다. 나를 왜 기억하나.”

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