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동결-개혁개방 패키지딜 필요”“中국경 통제 강화해 北 압박해야”
한용섭 국방대 부총장(왼쪽)과 전봉근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 안보통일연구부장이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서울 종로구 동아미디어센터 19층 회의실에서 긴급 대담을 하고 있다. 박경모 기자 momo@donga.com
“국제사회도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 한국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가 모여 북한의 핵 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지금까지의 대북 전략이 왜 잘못됐는지 허심탄회하게 얘기해야 한다.”(한용섭 국방대 부총장)
외교·국방 분야 전문가인 두 사람은 12일 북한의 3차 핵실험은 과거와 다른 새로운 단계라고 지적했다. 이어 3차 핵실험으로 북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한계를 드러낸 만큼 지금까지와는 근본적으로 다른 새로운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긴급 대담은 북한의 3차 핵실험 직후 서울 종로구 세종로 동아미디어센터 19층 회의실에서 두 시간 동안 진행됐다.
▽전봉근 부장=지금까지는 플루토늄으로 핵실험을 했는데 이번 핵실험은 고농축우라늄(HEU)으로 이뤄졌을 개연성이 크다. 플루토늄과 달리 HEU는 재고가 제한돼 있지 않고 계속 생산할 수 있다. 또 북한은 장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했다. 핵탄두 소형화 기술이 미사일과 결합하면 핵무기를 전력화하는 문턱을 넘게 된다.
▽한용섭 부총장=2차 핵실험 때는 폭발력이 2∼6kt으로 추정됐다. 이번에는 리히터 규모 4.9∼5.1로 감지됐는데 이를 감안하면 2차보다 훨씬 성능이 강화된 것으로 본다.
―지금까지의 비핵화 정책이 효과가 없었다는 얘기인데….
▽전=지금까지 제시된 비핵화 모델은 한반도 현실에 맞는 모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1992년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은 아르헨티나 브라질의 비핵화 모델을 그대로 썼다. 1994년의 북-미 제네바합의는 우크라이나 비핵화 모델을 사용했다. 이 나라들은 냉전시대가 끝난 뒤 정권교체 등의 과정에서 자발적으로 비핵화 결정을 내렸다. 북한은 정반대로 핵무장 의지가 강한 나라다. 따라서 훨씬 더 강력한 유인책과 제재가 있는 ‘한반도형 모델’이 필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6자회담을 다시 하더라도 공전할 개연성이 높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밝힌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도 위기다.
▽한=(이번 핵실험은) 북한이 핵 능력을 기정사실화하고 핵협상을 하려는 기선제압 성격이 크다. 신뢰 프로세스는 북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정책이기 때문에 대화 국면을 전개하기 힘들어졌다.
▽전=북한은 3차 핵실험 이후 핵 무장력이 커지고 더 많은 요구를 할 것이다. 북한과의 신뢰회복을 전제하고 무엇을 하겠다는 건 비현실적이다. 대북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최근엔 북한이 핵을 절대로 포기하지 않는다는 비핵화 비관론도 있지만 실상은 그 중간이다. 더 적극적인 대북정책이 필요하다. 강화된 대화와 강화된 제재가 함께 가는 방식이 필요하다.
―국제사회는 어떤 새로운 대처를 해야 하나?
▽전=지난 20년간의 비핵화 정책을 되풀이하는 것은 곤란하다. 합의를 만들고 깨는 악순환이 계속됐다. 대북정책의 일관성도 없었다. 당근과 채찍을 썼지만 효과적인 당근과 채찍은 없었다. 형식적인 제재와 보여 주기 식 보상만 있었다. 핵무장을 향해 가는 북한을 비핵화로 이끌기 위해서는 아주 강력한 푸시(밀기)와 풀(끌어당기기)이 있어야 한다. 실체가 있는 유인책과 제재가 필요하다. 이런 요소가 있어야 새로운 정책이 효과가 있을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중국의 역할이 중요하다.
▽한=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때 중국은 대량살상무기 확산방지구상(PSI)이라는 단어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경제제재를 포함한 내용에 찬성했다. 그랬으면서도 나중에 따로 북한에 경제 원조를 해 줬다. PSI에 성의 있게 가담하는 것에 더해 중국은 북한의 핵 사용을 억제한다는 공식적인 정책을 내놔야 한다. 북한이 핵을 사용할 경우 중국이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유엔 안보리는 과거 두 차례 핵보유국이 비핵국가에 핵을 사용하면 핵보유국들이 연합해 막아 준다는 내용의 핵우산 결의를 한 적이 있다. 중국이 보유한 핵무기가 북한의 핵무기로부터 한국을 보호하는 용도로 사용될 수 있다는 언질만 북한에 주더라도 큰 경고가 될 것이다.
▽전=북한의 경제적 활로는 상당 부분 중국에서 나온다. 중국이 비핵화 조건과 연계해 북한과 경제협력을 하도록 한국이 중국과 대화해야 한다. 핵무기 개발에 필요한 많은 물품이 중국을 통해 들어갈 개연성이 높다. 국경 통제를 엄격하게 해야 한다.
장원재·윤완준 기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