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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끌 사람이 부족하다’ 구급 소방관 진화하다가 순직

입력 | 2013-02-13 09:44:00

포천 윤영수 소방교, 진화 이어 구조활동중 무너진 벽에 깔려
소방관들 "적은 인력에 우선 불부터 끄려다보니…" 증원·전문화 대책 호소




소방관들은 소방구급대원이 화재현장에서 숨진 것을 계기로 대책이 시급하다고 13일 성토하고 있다.

부상자 응급처치를 전담하는 소방구급대원이 부족한 인력 상황을 보다 못해 화재현장에서 진화와 인명구조에 나섰다가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것이다.

13일 오전 4시 15분께 경기도 포천시 가산면 금현리 플라스틱 공장에서 불이 나 진화에 나선 가산 119소방센터 윤영수 소방교(34)가 숨졌다. 윤 소방교는 무너진 건물 벽에 깔렸다가 구조됐으나 병원으로 옮기는 도중 목숨을 잃었다.

불은 공장 2개 동 528㎡와 내부 기계 등을 태워 1억 4000만 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내고 2시간여 만에 진화됐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목격자를 상대로 화재 원인을 조사하고 있다.

당시 윤 소방교는 구급대원인데도 불 끌 인력이 부족하자 진화작업에 뛰어들었다가 변을 당했다.

윤 소방교는 화재 발생 2시간 24분 만인 오전 6시 39분께 불이 완전히 꺼지자 인명을 구하기 위해 잔해 수색 중이었다. 그 순간 창고 건물 벽이 무너지며 밑에 깔리고 말았다. 동료들이 긴급구조, 응급처치하며 의정부성모병원으로 옮겼으나 오전 7시 9분 숨을 거뒀다.

윤 소방교는 구급대원이다. 화재로 인한 민간인과 소방관 등 부상자들을 응급 처치하고 병원으로 보내는 2차 업무를 담당한다. 구급대원은 응급구조사 2급 이상 자격증 소지자 가운데 선발된다. 구급차 운전자도 이 자격증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불을 끄는 데는 화재 규모에 따라 타 부서 인력이 투입되는 게 다반사다. 일단 불길부터 제압해야 하는 일이 시급하기 때문이다.

이번 화재는 플라스틱 공장에서 발생했다. 독성 가스가 다량 배출되는 인화성 물질 때문에 진화가 어렵다. 이날 출동한 소방관은 28명. 지휘관, 구급대원, 통제요원 등을 제외하면 실제 진화요원은 절반 수준이다.

윤 소방교도 여느 화재현장처럼 머뭇거림 없이 진압 현장에 들어갔다.

한 동료 소방관은 "큰 불길을 빨리 잡아야 하지만 사람이 적다 보니 내가 맡은 일이 무엇인지는 중요하지 않다"며 "보직에 상관없이 일단 불 끄는 데 투입되는 게지금의 소방 현실"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러다보니 숙달되지 않은 대원이 진화에 투입돼 항상 사고 우려가 있다"며 "구조대원이 산소호흡기를 메고 불을 끄러 가면 부상자 발생 때도 공백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화재진화사 자격증 소지사를 진화요원으로 배치, 전문성을 높이는 최근 추세와는 먼 얘기다.

포천소방서는 숨진 윤 소방교를 1계급 특진하고 옥조근정 훈장을 추서하기로 했다. 빈소는 포천장례식장에 마련됐으며 장례식은 15일 포천소방서장으로 치러진다. 유해는 국립묘지에 안장된다.

이와 함께 유족들은 윤 소방교의 시신 부검을 소방서에 요청했으며 14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소방서 측은 "사망 원인에 대한 의혹 제기가 아니라 유족들이 의학적으로 정확한 사인을 알고 싶어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최근 5년 사이 경기북부지역에서는 의무소방대원을 포함, 5명이 화재 진압 중 순직했다. 전국적으로는 같은 기간 모두 37명이 변을 당했다.

<동아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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