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보다 마릿수 69%나 줄어 가창오리는 아예 모습 감춰환경단체 “주변 잇단 개발 탓”
철새도래지로 유명한 경남 창원시 동읍 주남저수지를 찾는 겨울 철새들이 크게 줄어들고 있다. 환경단체는 “주남저수지 주변 지역 개발행위가 철새들을 쫓아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는 13일 “지난해 1월에는 43종 7157마리가 주남저수지에서 월동했으나 올해 1월 겨울을 난 철새는 19종 2224마리에 그쳤다”고 밝혔다. 1년 사이 마릿수 기준으로 69%나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1월 1045마리가 관찰됐던 천연기념물 201-2호인 큰고니는 현재 483마리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멸종위기Ⅱ급인 노랑부리저어새는 32마리에서 10여 마리, 천연기념물 203호인 재두루미는 150여 마리에서 50여 마리로 크게 줄었다. 국제 보호종인 가창오리는 아예 모습을 감췄다. 가창오리는 2008년까지 해마다 3만∼8만 마리가 주남저수지를 찾았다. 노랑부리저어새, 재두루미, 큰부리큰기러기 등도 급속하게 줄어 종 다양성이 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근 1, 2년 사이 주남저수지 주변에는 건물 여러 동이 완공됐거나 들어설 예정이다. 주남저수지를 이루는 3개 저수지 가운데 하나인 동판저수지에서 가까운 곳에 주택이 건립됐다. 또 저수지 주변에 비닐하우스와 축사가 많아 철새들의 서식 환경이 나빠졌다는 지적이다. 주남저수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공장 건립도 추진되고 있다. 이와 함께 영농방식이 기계화되면서 논바닥에 떨어지는 낙곡(落穀)이 적은 것도 철새 수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창원시는 “주남저수지를 찾는 철새 종이 달라지고는 있으나 전체 수는 예년과 큰 차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마창진환경연합 임희자 실장은 “철새도래지를 보전하고 개발행위를 제한하는 조치가 필요하다”며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주남저수지 보전을 위한 총괄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말했다.
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