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 “북한문제 해법은 한반도 통일” 공감대 확산
韓-美-中 전문가들이 본 ‘북한 비핵화 패러다임의 변화’ 북한의 3차 핵실험에 대해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한목소리로 ‘북한의 고립과 붕괴’를 경고했다. 북한이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가속화한 2009년 이후 북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핵으로 주변국을 위협하려고 하는 북한 김씨 정권’ 제거가 유일하다는 의식을 공유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핵개발을 저지하지 못한 중국에서는 마냥 북한을 감싸기만 해선 안 된다는 자성이 나온다.
이명박 정부의 대북정책 브레인인 서재진 전 통일연구원장은 2009년 북한의 2차 핵실험 이후 “북한이 끝까지 핵을 포기하지 않으면 핵을 안고 넘어지는 길밖에 없다. 핵에서는 돈도 쌀도 나오지 않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논리는 국제적인 공감을 얻었다. 빅터 차 조지타운대 교수는 2010년부터 “북한 문제의 궁극적인 해법은 남한이 주도하는 통일”이라는 논리를 미국과 국제사회에 전파했다.
북한이 국제사회의 기대를 저버리고 새로 출범하는 한미 정부를 장거리 로켓 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맞이하면서 ‘김씨 정권 교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오코노기 마사오(小此木政夫) 일본 규슈대 특임교수 겸 동서대 석좌교수는 “중국이 과거보다 비판적이 돼 북한에 대한 원조를 중지하지는 않겠지만 삭감은 할 것으로 보인다”며 “북한 경제는 심각한 타격을 입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제는 북한의 필연적인 붕괴 과정을 촉진하는 한국 정부의 능동적인 역할이다. 윤여상 북한인권기록보존소장은 “한국이 핵 능력은 북한에 열세지만 재래식 군사력은 우월하기 때문에 북한의 3차 핵실험을 계기로 재래식 군비 경쟁을 가속화해 북한이 이에 대응하는 데 열악한 재정을 소진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로널드 레이건 미 행정부가 냉전 시기 군비 경쟁으로 소련을 붕괴시킨 방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 중국, 북-중 관계에 근본적 문제의식 제기 ▼
중국 내부에서는 정부가 북한에 대한 인내심을 잃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나아가 ‘북한이 중국과 미국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아주는 버퍼존(완충지대)이 아닐 수 있다”는 의문도 제기된다. 이럴 경우 중국의 한반도 정책의 큰 방향이 바뀔 수도 있다.
스인훙(時殷弘) 런민(人民)대 국제관계학원 교수는 13일 “중국은 1, 2차 핵실험 때와 마찬가지로 북한을 규탄할 것이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결의안에 동참할 것”이라며 “이와는 별도로 자체 제재에 나설 가능성이 1, 2차 북한 핵실험 때보다 크다”고 전망했다. 다만 그는 중국이 북한을 제재하더라도 공개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 한반도연구중심 차이젠(蔡建) 부주임도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서 “중국은 미국에 적극 협력할 것이고 대북 원조를 중단할 수 있다”며 “중국은 말로 제재를 지지한다고 밝힐 뿐 아니라 실질적인 행동으로 보여줄 것”이라고 밝혔다. 관영 신화(新華)통신은 이날 평론에서 “북한이 용의주도하게 핵실험을 했지만 사태의 추이는 북한 뜻대로 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번 북한의 핵실험은 향후 시진핑(習近平) 총서기 시대의 대북 정책에도 영향을 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북-중 관계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도 나온다. 베이징(北京)대 국제관계학원 자칭궈(賈慶國) 부원장은 SCMP에서 “장거리 미사일과 첨단 기술이 있는 상황에서 중국에 버퍼존이 꼭 필요하지 않다”고 밝혔다. 북한이 있어 한국에 주둔하는 미군이 중국 국경까지 오지 못하고 나아가 중국이 동북아에서 더 많은 영향력을 발휘하도록 한다는 ‘버퍼존 이론’에 의문을 던진 것이다.
워싱턴=신석호·베이징=이헌진 특파원 ky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