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12일 서울 종로구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열린 제25회 차범근축구상 시상식. 차범근 전 수원 감독은 대상을 받은 이상재(13·성남 중앙초6) 등 수상자들을 모두 꼭 안아주며 활짝 웃었다. 차 감독은 “박지성(퀸스파크레인저스)과 기성용(스완지시티), 이동국(전북) 등 상을 받은 선수들이 한국 축구를 이끌고 있어 참 기쁩니다. 하지만 여러분이 꼭 그렇게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애국심과 책임감을 가지고 열심히 노력해야 합니다”라고 강조했다. 차 감독의 유별난 유소년 축구사랑을 다시 한 번 느끼는 순간이었다.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차붐’ 신드롬을 일으킨 차 전 감독은 귀국한 뒤 1988년 이 상을 제정했고 국내 처음 ‘축구교실’을 만들어 유망주를 키우는 데 힘써 왔다. 지금은 축구선수 출신이 자신의 이름을 걸고 하는 축구교실이 많지만 당시엔 차 전 감독이 유일했다. 잘 짜인 독일 유소년 시스템이 최강 ‘독일 전차’를 만들었다는 판단하에 귀국하자마자 ‘차범근축구교실’을 만들어 30년 가까이 유소년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차 전 감독은 한눈팔지 않는다. 축구 발전을 위해 옳다고 믿으면 주위에서 무슨 말을 해도 밀고 나가는 스타일이다. 이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는다.
2002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 2010년 남아공 월드컵 사상 첫 원정 16강, 2012년 런던 올림픽 사상 첫 동메달 획득 등 축구 실력은 업그레이드되고 있는데 축구 문화는 후진성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축구인들’이 차 전 감독처럼 축구에만 전념하는 문화가 곧 선진 축구문화다.
양종구 스포츠부 차장 yjong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