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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3차 핵실험 후폭풍]북핵 레드라인 3國3色

입력 | 2013-02-14 03:00:00

美… 北 핵확산-美본토 공격능력은 용납못해
中… 비핵화 포기 안하지만 한반도 안정 우선
日… 日전역 사정권… 北 핵보유 자체가 악몽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12일(현지 시간) 국정연설에서 북한 핵실험을 거론하며 “미국은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 무기들의 확산을 막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주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를 두고 워싱턴 외교가는 북한이 아직은 미국의 ‘레드라인(금지선)’을 넘지 않았다고 관측하고 있다. 북한 핵개발에 대한 미국의 레드라인은 ‘핵 확산’ 방지에 방점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북한의 핵개발 및 보유 자체를 레드라인으로 보는 한국이나 일본의 인식과는 상당한 거리가 있다. 북핵 레드라인에 대한 국가별 인식 차이는 한반도의 핵 불균형과 한국의 안보 딜레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의 심각성이 크다.

미국은 북한의 3차 핵실험 폭발력이 2009년 5월의 2차 핵실험보다 네 배 이상으로 커졌다는 관측이 나오는데도 유엔 제재에 이은 미국 단독 제재 추진이라는 과거의 대응방식을 답습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미국 본토 공격능력을 확보하는 순간이 레드라인을 넘는 때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이 미국 본토가 아닌 하와이 정도를 타격할 수준까지 핵과 미사일 능력을 높이려고 작정했다면 미국이 저지할 카드가 많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도 이런 관측에 따른 것이다.

문제는 미국이 ‘핵 비확산’ 등을 레드라인이라고 명시하는 순간 북한의 핵개발을 사실상 용인하게 되는 모순이 생긴다는 점이다. 비확산 정책으로 대북정책의 무게가 옮겨지면 북핵 대화도 핵을 가진 북-미 간의 핵군축 대화로 성격이 변할 가능성도 있다. 중국과 국경을 접한 북한을 미국이 군사적으로 공격할 수 없다는 지정학적 약점도 치명적이다.

미국의 레드라인은 북한의 핵 보유 자체에 반대하는 한국과 일본 정부를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 박근혜 정부 출범을 앞둔 한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전제로 한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궤도에 오르기도 전에 좌초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북한은 일본 전역을 사거리에 둔 노동미사일을 100∼200기 배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 미사일에 핵탄두가 탑재되는 상황은 일본으로서는 최악의 악몽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12일 북한의 미사일 공격 대비책과 관련해 “지금은 생각하지 않지만 국제정세 변화에 따라서는 적(敵) 기지 (선제) 공격용 장비 보유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중국의 레드라인은 모호하다. 그동안 중국은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두 뼈대를 중심으로 한반도 정책을 펼쳐왔다. 하지만 한반도 정책의 근간을 흔드는 북한의 핵실험으로 중국의 대북정책도 근본적인 재검토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중국은 한반도 비핵화를 ‘양보할 수 없는 목표’로 추구해왔으나 북한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세 차례나 핵실험을 했다. 외형상 중국의 공식적인 마지노선을 넘은 것이지만 중국은 여전히 대북 제재를 꺼리고 있다. 한반도 안정과 비핵화라는 양대 목표가 서로 엉켜 분리 대응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공산당 총서기 체제의 출범기에 불거진 북한 핵개발 문제에 대한 대응 방향은 향후 중국의 정책 기조를 가늠케 하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의 핵개발을 묵인하면 한국과 일본의 핵무장 도미노를 초래할 가능성이 있고, 이는 한반도는 물론이고 중국의 안정까지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그만큼 중국 정부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도쿄=배극인·워싱턴=신석호·베이징=이헌진 특파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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