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장서 80% 사전 제작… 철골구조로 튼튼단독주택 수요 늘며 ‘저렴한 건축비’ 인기
포스코A&C가 지난해 7월 서울 강남구 청담동에 건립한 모듈러주택 ‘뮤토’. 포스코A&C 제공
뮤토를 찾은 13일은 아침·저녁 기온이 영하를 밑돌았다. 하지만 집안으로 들어서니 보일러가 작동되지 않았는데도 이중창 덕분에 집 전체에 온기가 감돌았다. 우즈베키스탄 출신 이고르 드체비안 씨는 “조리대에 냉장고, 세탁기까지 갖춰 생활에 불편함이 없다”고 말했다. ‘일반 주택과 뭐가 다른 거지?’
뮤토는 원룸식 방 18개가 복도로 연결돼 있다. 기초공사를 해놓은 건물에 공장에서 제작한 방과 복도를 운송해 3일 만에 조립하는 동영상을 보고 나니 비로소 이곳이 조립식 주택이라는 점이 실감났다.
가장 큰 장점은 공사기간이 짧다는 점. 뮤토의 경우 주차장 용지를 임차해 기초공사를 시작한 뒤 번듯한 기숙사가 들어서기까지 걸린 기간은 달랑 45일. 같은 규모의 일반 주택은 3∼6개월이 걸린다. 공사기간이 단축되니 대출이자 등 금융비용이 줄어든다. 건축비도 상대적으로 싼 편. 모듈러 주택 건축비는 현재 3.3m²당 430만 원 선으로 일반적인 도시형생활주택과 펜션에 비해 건축비가 10∼20% 정도 낮다. 또 모듈을 분리하면 그대로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있다.
수요가 늘자 건설사들의 발걸음도 빨라지고 있다. 해외 수출에 집중했던 포스코A&C는 국내사업 태스크포스(TF)를 구성했다. 삼성물산도 시장 진입을 검토하며 사업성을 따져 보고 있다.
미사와홈, 세키스이하임처럼 수십 년간 노하우를 쌓아온 일본 업체들도 한국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일본 업체들은 가격이 3.3m²당 700만 원 선으로 다소 비싼 편이다. 고객의 주문이 들어오면 일본 현지 공장에서 모든 자재를 제작해 들여오기 때문이다. 세키스이하임의 한국 파트너사 ES하임 임혁 이사는 “일본에서는 조립식 주택이 전문직 고소득 종사자를 대상으로 한 고급주택”이라며 “내진 설계, 단열의 우수성 등 일본 업체만의 장점이 있다”고 자랑했다.
과제는 ‘조립식 주택은 싸구려’라는 편견. 김희정 피데스개발 R&D센터 소장은 “공사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고, 도심의 좁은 땅에도 소음 문제 없이 쉽게 건물을 지을 수 있다는 점에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면서도 “당분간은 개인주택보다는 기숙사, 임대주택처럼 빠르게 지어야 하는 공공시설에서 더 각광받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