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치명적 암 변할 수 있어 조기발견해야 ▼
임우성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
갑상샘암이 최근 급격히 증가하게 된 것은 갑상샘에 보이는 결절에 대한 무분별한 세포검사에 기인한다는 의견도 있다. 또 이전에 발견되지 않았던 암이 건강검진의 활성화 및 진단기술의 발달로 발견되고 있는 것에도 기인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갑상샘암은 예후가 아주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가장 흔히 발생하는 갑상샘 유두암의 경우 1기에 치료받으면 10년 후 갑상샘암으로 사망할 확률이 1.7%밖에 되지 않아 적절한 시기에 치료만 잘 받으면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과거 일부 언론에서 일본에서 발표된 연구의 한 단면만을 소개해 갑상샘암의 치료에 혼란을 일으킨 적이 있다. 이 때문에 갑상샘암으로 진단되더라도 거의 진행이 안 되고 예후가 좋아 수술을 받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환자도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 세계적인 의학계의 의견은 갑상샘암도 진단되면 되도록 빨리 치료를 시작하라는 것이다.
갑상샘암이 대부분 예후가 좋은 것은 조기에 발견돼 치료받는 비율이 높고, 다른 암에 비해 진행 속도가 느린 것에 기인한다. 하지만 갑상샘암도 진행된 상태에서 발견되면 다른 암들과 마찬가지로 낮지 않은 사망률을 보인다. 또한 아이러니하게도 우리 몸에서 가장 예후가 나쁜 암도 갑상샘에서 발생되는 미분화암(역행성암)이다. 역행성암은 갑상샘암의 1%를 차지하는 드문 암이지만 예후가 불량해 대부분 진단일로부터 1년 이내에 사망한다. 이 암은 예후가 좋은 분화 갑상샘암이 대략 20∼30년에 걸쳐 여러 가지 이유로 유전자의 변이가 생기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역행성암 환자는 거의 70, 80대의 고령층인데 이전부터 갑상샘암이 있었지만 치료받지 않았다고 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1차 예방은 암을 발생시키지 않게 하는 것이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2차 예방은 암을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는 것이다. 위의 사실에서 알 수 있듯이 예후가 좋은 갑상샘암도 시간이 경과하면 가장 공격적인 암으로 변할 수 있다. 2004년 모 일간지에 한국의 재벌들은 모두 폐암으로 사망한다는 글이 실린 적이 있다. 우리가 이름만 들어도 알 만한 회장들의 사망 원인이 대부분 폐암이기 때문이다. 일반인들에 비해 흡연을 더 많이 하지 않았을 것이고 건강에 누구보다도 신경을 많이 썼을 것이라고 유추해 볼 수 있는데 폐암으로 사망했다는 사실로 알 수 있는 것은 재벌들도 일반인과 똑같이 위암 대장암 등이 발생할 확률을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또한 일반적으로 위암 대장암 등은 검진을 통해 조기에 발견하면 아주 간단한 치료로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 하지만 당시에 폐암은 검진을 통한 조기 발견이 어려웠고 조기에 발견되더라도 치료가 힘든 암이었다. 결국 조기 검진의 중요성에 대해 시사한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갑상샘암을 포함한 모든 암에 대한 가장 효과적인 대처 방법은 검진을 통한 조기발견, 그리고 그에 맞는 적절한 치료라 할 수 있다.
:: 필자 소개 ::
서울대 의대를 나와 외과 전문의 자격을 취득한 뒤 충북 음성중앙성심병원 외과 과장, 서울 아산병원 외과 임상 조교수를 지냈다. 2010년부터 이대여성암병원 유방암·갑상선암센터 교수로 재직 중이다.
▼ 질병 위험에 비해 사회적 비용 너무 커 ▼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언뜻 모든 암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좋아 보이지만, 어떤 경우에는 국가나 사회뿐 아니라 개인에게도 손해가 될 수 있다. 전립샘암 검진에 사용되는 전립샘 특이항원(PSA)을 발견한 리처드 애블린은 전립샘암 검진은 “이윤 동기가 높은 의료서비스고 이는 공중보건학적으로는 재앙”이라며 검진 필요성을 부정했다. 갑상샘암도 비슷한 맥락에서 이득보다는 손해가 더 크다.
먼저 갑상샘암 문제를 사회적으로 본다면 질병 위험에 비해 사회적으로 지불하는 비용이 너무 크다. 국가 검진프로그램으로 도입하려면 사망률이 높아 질병 부담이 크거나 검진이 비용효과적일 경우여야 하는데, 갑상샘암은 2009년 총 진료비 1380억 원(입원 760억 원, 외래 620억 원)으로 다른 암종의 진료비 증가율보다 2, 3배 높은 수치를 보이는 반면, 사망률은 다른 암들의 3∼5% 수준으로 매우 낮다. 여기에 초음파 검진 비용 등 비급여 진료항목으로 국가통계에 잡히지 않는 진료비까지를 포함한다면 실제 총진료비 규모는 더욱 커질 것이다. 현재까지 갑상샘암 진료비가 증가한 원인은 지난 몇 년간 갑상샘암 발생이 증가한 것이 아니라, 잠복기 질병이 많이 발견됐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국제암연구소(IARC) 통계에 따르면 182개국 중 우리나라 갑상샘암 발생률이 1위였고, 국가암발생통계에 의하면 1999년 3225명이었던 갑상샘암 환자가 2009년 약 3만1977명으로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이런 높은 발생률은 우리나라 진단장비 보유율이 전 세계적으로도 평균 이상으로 높고, 진료건수가 증가할수록 병원의 수익이 증가하는 현실과 맞물려 나타나는 것으로 보인다.
아직까지는 갑상샘암 검진 프로그램 도입에 대한 긍정적인 근거 또한 부족하다. 갑상샘암의 치료 기준의 다양성, 갑상샘암 중 일부 암은 매우 치명률이 높은 점 등 갑상샘암 자체의 특성과 검진의 필요성은 논의의 출발점이 다르다. 갑상샘암을 국가 검진프로그램에 도입하기 위해서는 검진과 치료에 투입되는 비용이 다른 대안과 비교해 볼 때 정당하고 합리적이어야 한다. 즉 개인적인 측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비용 대비 효과적이어야 한다.
박종혁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
:: 필자 소개 ::
충북대 의대를 졸업한 뒤 서울대 의대에서 예방의학 전문의 자격을 취득하고 의료관리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건강증진종합계획 수립위원회 보건복지부 자문위원을 지냈다. 2007년부터 국립암센터 암정책지원과장을 맡고 있다.
오피니언팀 report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