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스토리우스(왼쪽)-스틴캠프.
[동아닷컴]
‘블레이드 러너’ 오스카 피스토리우스(27)의 ‘여자친구 총격 살인사건’은 역시 우연이 아니었던 것으로 보인다.
피스토리우스는 14일 새벽, 남아프리카공화국 프리토리아 동부 실버우드 지역 자택에서 여자친구 리바 스틴캠프(31)에게 9mm 권총으로 총격을 가했다. 스틴캠프는 머리와 가슴, 팔 등 4곳에 총상을 입고 사망했다.
현지 언론들은 ‘비극의 발렌타인(tragic valentine)’ 등의 제목으로 이를 ‘불행’이라고 표현했으나, ‘인간 승리’라는 포장 하에 살아온 피스토리우스처럼 이번 사태 역시 불행으로 포장된 ‘살인 사건’의 정황이 드러나고 있다.
사건 당시 경찰은 현지 시간 새벽 3-4시경, 이웃들로부터 “싸우는 듯한 소리와 비명, 총성이 들렸다”라는 신고를 받고 출동해 현장에서 피스토리우스를 체포했다. 증거물인 9mm 구경 권총도 확보했다. 해당 수사관은 영국 언론 ‘더 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웃 주민들로부터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이들의 증언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하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이웃들은 “3발의 총성이 들렸고, 10분 뒤 다시 3발의 총성이 들렸다”라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이라면 이는 우발적 살인이거나 계획 살인, 혹은 확인 사살의 정황이다. 적어도 알려진 대로 ‘오인 사격’은 아닌 셈.
왜 피스토리우스가 연인을, 하필이면 자택에서, 그것도 끔찍한 총격 살인의 형태로 살해했는지는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하지만 피스토리우스는 ‘의족 러너’로 유명해진 뒤 스틴캠프 외에도 사만다 테일러, 네나 에드킨스, 아나스타샤 코지소바 등 많은 모델 및 여자 연예인들과 관계를 가져왔다. 이에 따른 말다툼 끝에 우발적으로 이뤄진 범행이 아니냐는 추측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오인 사살설’은 피스토리우스를 위한 마지막 보호막이었다. 그렇지 않다는 정황이 사실이라면, 두 다리 없는 장애를 극복하고 올림픽에 나선 피스토리우스의 ‘인간 승리’ 신화는 돌이킬 수 없는 종말을 맞게 됐다.
동아닷컴 김영록 기자 bread425@donga.com
사진출처|동아일보DB, 리바 스틴캠프 트위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