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바람 속에 웅크린 ‘죽음의 고개’… 그는, 흩어져 있는 시신을 지나왔다
네팔 롤왈링히말에서 에베레스트를 끼고 있는 쿰부히말로 넘어가는 길목인 테시랍차 고개(해발 5755m). 몸을 가누기 힘들 정도의 강풍과 눈보라가 몰아치는 죽음의 고개다.
한 원정대원이 쫓기듯 고개를 내려오고 있다. 그는 이 고개를 넘는 동안 수습되지 않은 채 누워있는 시신 3구를 보았다. 그의 도전은 삶의 편에서 마무리됐지만,
산사람은 히말라야 산신령이 받아줄 때 비로소 그 품안에 들어설 수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인간은 한없이 작아진다.
하지만 절대고독 속에서 한 발 한 발 묵묵히 계속되는 걸음을 멈출 순 없다.
히말라야=이훈구 기자 uf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