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회찬 진보정의당 국회의원이 그제 대법원에서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돼 의원직을 잃었다. 노 의원은 2005년 옛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가 8년 전에 만든 도청 녹취록을 인용해 삼성그룹으로부터 ‘떡값’을 받은 전현직 고위 검사 7명의 명단을 인터넷에 올렸다. 수사기관은 도청 기록은 그 내용이 사실과 부합하더라도 다른 증거가 없는 한 진실하다고 보지 않는다. 이에 따라 떡값을 받았다고 알려진 검사들에 대한 수사는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 오히려 이 사실을 보도한 MBC 이상호 기자(1월 15일 해고), 월간조선 김연광 편집장(현 국회의장 비서실장) 등 언론인과 노 의원이 기소돼 처벌을 받았다.
▷노 의원은 공익을 위한 폭로였으므로 예외를 인정해야 한다고 항변한다. 그가 진보 진영 내에서 종북주의를 비판하고 상식의 목소리를 내 온 정치인이라는 평가도 있어 호응하는 목소리도 높다. 그러나 공익을 위해서는 도청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기자들은 정상적인 취재보다는 ‘도청 취재’의 유혹에 빠질 가능성이 크고, 정부와 기업은 도청과의 힘겨운 싸움을 벌여야 한다. 누군가 일방적으로 흘린 말이 그대로 보도되면 상대편이 억울한 피해를 입을 수도 있다. 그래서 통신비밀보호법은 도청을 금지하고 도청된 내용을 폭로하는 것 또한 금지한다. 대법원도 중대한 공적(公的) 관심 사항이 아닌 한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 신중한 입장이다.
송평인 논설위원 pi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