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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뚱뚱이가 위세… 베이징 형님은 위로만”

입력 | 2013-02-16 03:00:00

中서 北핵실험-中 미온대처 비난 노래동영상 ‘북한장송곡’ 인기





북한의 핵실험과 중국 정부의 미온적인 대처를 싸잡아 비난하는 중국어 노래 동영상이 14일 동영상 공유사이트 유튜브에 올라온 뒤 중국 누리꾼 사이에 급속히 퍼지고 있다. 중국 내에서 유튜브는 접속이 안 되지만 누리꾼들은 우회 프로그램을 통해 접속하고 있다.

‘북한장송곡(北韓喪歌·www.youtube.com/watch?v=94YIpkTFomo&feature=player_detailpage)’이라는 이 노래는 중국 영화 ‘영웅의 아들딸(英雄兒女)’에 나오는 노래인 ‘영웅찬가(英雄贊歌)’의 곡에 가사를 붙이고 각종 패러디 장면을 담았다. 작사자는 시눠(西諾)로 돼 있으나 누구인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동영상의 가사는 ‘함경북도 길주군 만 톤 폭약 핵폭탄 소리, 김정은 뚱뚱이가 위세를 과시하니 (중국의) 동북3성(三省·랴오닝, 지린, 헤이룽장 성)이 놀라 겁에 질렸네.’ ‘(중략) 왜 평화가 짓밟혀야 하나? 전제폭군(김정은 지칭)이 평화를 유린했네’라며 핵실험과 김정은을 신랄하게 비난했다.

이어 ‘무뢰한이 평양성에서 포효하는데 베이징(北京) 형님은 위로만 하려 하네. 조선의 핵실험은 안전하다네. (방사능) 오염지수는 사실상 0이라 하네’라며 북한을 두둔하는 듯한 중국 정부를 비판했다.

동영상의 가사 못지않게 패러디 화면이 더욱 도발적이다. 김정은이 일본 스모 선수 복장을 한 채 “나는 좋은 지도자다”라고 선언한다. 김정은을 해적으로 분장한 사진도 나온다. 특히 북한군의 군사 퍼레이드와 굶주린 아이들의 모습을 대비시켜 핵개발로 북한 인민들이 더욱 굶주리게 됐음을 보여준다.

4분 17초 분량의 동영상은 뒷부분에서 안후이(安徽) 성 허페이(合肥)의 청년이 피켓 시위를 하고, 지린(吉林) 성 주민들이 김정은을 ‘당군(黨棍·못된 당 우두머리)’으로 비유하며 핵실험에 항의한 사례를 제시한 뒤 ‘인간쓰레기여 사라져라. 토공(중국 공산당을 얕잡아 부르는 말)을 멸하자’로 끝냈다. 여기서 인간쓰레기와 토공은 김정은과 북한 노동당을 의미하는 것으로 보이나 중국 공산당과 안일한 중국 지도부를 겨냥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

인터넷에는 중국 정부를 풍자한 유머도 떠돈다. 중국의 유명 여가수 리빙빙(李氷氷)이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微博)에 올린 글로 중국 정부가 “마지막 순간까지 북한 핵실험을 막으려 했다”고 밝힌 것을 비꼬는 내용이다.

북한이 전화로 “형님, 우리 핵실험 할래요”라고 말하면 중국은 “언제야?”라고 묻는다. 북한이 “5”라고 답하자 중국은 “5일 후?”라고 되묻고, 북한은 다시 “4”라고만 말한다. 이런 식으로 숫자가 “2”까지 내려가자 중국이 그제야 “다시 또 실험을?”이라고 묻는다. 그때 북한은 “1, 발사!”라고 소리친다. 핵실험 버튼을 누르기 위한 카운트다운이었던 것이다.

이때 중국은 “우리는 최후의 1초까지 핵실험을 저지했다”고 선언한다. 인터넷에서는 이를 두고 “북한이 우리를 얼마나 무시하는지 보여준다”며 분노의 댓글이 이날 현재 4만6000여 개가 붙었다.

베이징=고기정 특파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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