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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용기타]고구마 줄기처럼 풍성한 우리 문화재 안내서

입력 | 2013-02-16 03:00:00

◇한국미를 만나는 법/이광표 지음/312쪽·1만9500원·이지출판




이럴 때 난감하다.

아는 이의 책 서평 쓰기 참 거시기하다. 그것도 선밴데. 불과 며칠 전 술도 한잔 말았다(분명 섞었다). 책날개에 씩 웃는 사진이 어깨를 짓누른다.

그래도 어쩌랴. 이 양반 책, 건너뛸 수 없다. 좋으니까. 소개 그대로 “1993년 동아일보에 입사해 우리 문화재의 아름다움과 가치를 널리 알리는 글을” 수없이 썼다. 문화재 담당 기자가 됐을 때, 모든 선임이 권하는 첫 번째가 ‘그의 기사와 책들을 읽어보라’다.

이 책도 그런 문화재 사랑이 켜켜이 이어진 산물이다. 솔직히 처음 책을 폈을 땐 ‘또 백자철화끈무늬병이야’ 하며 입도 삐죽거렸다. 술병에 끈을 그린 보물 1060호는 저자가 무척 아껴 책마다 소개해왔다. 전작들의 개정판 수준일까 봐 우려도 됐다. 그러나 역시 공력이 어디 갈까. 페이지를 넘길수록 슬렁슬렁 빠져든다.

이 책은 ‘교차로 신호등’ 성격이 짙다. 요즘 문화답사가 많이 친숙해졌다. 안내서는 물론이고 온라인 자료도 풍부하다. 하지만 여러 갈래를 맞닥뜨린 듯 갈팡질팡할 때가 많다. 저자는 딱 그런 대목에서 어느 골목으로 꺾을지 넌지시 일러준다. 국보와 보물,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우리의 아름다움’이 서식하는 지점을 되짚는다.

그런 뜻에서 책은 고구마줄기 같은 매력이 넘친다. 일단 읽다 보면 호기심이 불끈한다. 충실한 화보가 갖춰졌지만 글로만 소개된 문화재도 꽤나 있다. 잠시 덮고 수차례 인터넷으로 실물을 찾아보게 만든다. 황집중의 ‘묵포도도’를 마주했을 땐 5만 원권 지폐를 한참 들여다봤다(이유는 책에). 서울 행당동 ‘살곶이다리’는 숱하게 지나다녔건만 무심했는데…. 뭐든 관심을 둬야 보인다는 걸 배운다.

그뿐 아니다. ‘한국미…’는 다른 책도 찾게 하는 고구마줄기다. 기억도 아련했던 최순우 선생의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를 꺼내들었다. 저자의 전작 ‘손안의 박물관’ ‘국보이야기’도 다시 펴봤다. 평자에 따라, 관점에 따라 문화재는 다양한 해석과 표현을 낳는다. 그걸 담백하게 일깨우니 텍스트로 이만한 입문서가 없다.

아쉬운 건 제목이다. 저자는 만나는 법을 설파하지 않는다. 강요도 단정도 않는다. 오히려 만나러 가다 들른 그늘막에 가깝다. 냉주 한잔 놓고 나누는 유쾌한 담소. 차라리 ‘한국미를 맛보는 길’이 어떨까. 갑자기 이번 주말, 충북 진천 ‘농다리’를 건너고 싶다. 5만 원 들고 쇠고기 사먹게.

정양환 기자 ra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