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민생을 염려하노니/이정철 지음/324쪽·1만7000원·역사비평사
한국국학진흥원 고전국역실 연구원인 저자는 조선 중종 31년(1536년)부터 효종 9년(1658년)까지 살았던 네 사람의 일대기를 작은 평전으로 엮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이 발생하고 전염병과 극심한 흉년으로 사망자가 4만 명에 달했던 시기다. 대내외적으로 험난한 정치 상황 속에서 민심을 어루만진 이들 경세가의 삶을 담았다.
이들은 모두 재상의 반열에 올랐지만 변변한 집 한 칸 없이 청렴하게 살며 민생을 돌봤다. 저자는 이이를 개혁의 좌표를 설정한 인물로 평가한다. 국가가 개인의 삶을 돌봐야 한다는 사회제도적 측면의 경세론을 탄생시켰다는 것. 이이는 국가의 존재 이유가 일차적으로 민생을 보장하는 데 있다고 봤다.
이원익이 시작한 삼도대동법을 실무적으로 추진한 사람이 조익이다. 그는 방대한 독서량을 기초로 행정적 실무에 숙달하지 못했지만 대동법의 설계도를 그려냈다. 김육은 정치는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도구라고 강조했다. 대동법의 완성도 이 신념을 바탕으로 추진해낸 결과다.
책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에 백성들이 자발적으로 찾아와 조문한 두 사람이 있다. 이이와 김육이다. 김육이 죽고 난 뒤 사람들이 찾아와 곡을 하고 부의금을 내려고 했지만 김육의 아들 김좌명은 이를 거절했다고 전해진다. 그 돈으로 마을 사람들이 세운 비석에는 ‘대동법을 시행해 세금을 고르게 해준 은혜를 영원히 잊지 않겠다’고 새겨져 있다.
송금한 기자 emai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