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전력 무기중개업체 재직 논란… 野 “부품 선정과정 영향력 의혹”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가 비리 전력이 있는 무기중개업체에서 비상근 고문으로 재직하며 2년간 2억1530만 원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15일 확인됐다.
김 후보자가 이 업체의 무기 부품 납품 과정에서 군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이 제기되자 업체 측은 “고문을 맡는 동안 사실상 일을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업체 측 설명대로라면 일도 하지 않은 사람에게 2억 원이 넘는 거액을 지급한 것이다.
김 후보자가 이날 국회에 제출한 인사청문 요청안을 보면 문제의 무기중개업체인 U사는 2010년 7월부터 약 2년간 김 후보자에게 매달 600만 원 안팎의 월급을 줬고 지난해 6월 퇴임할 때 7000만 원을 한꺼번에 지급했다.
김 후보자가 고문에서 퇴직하면서 7000만 원을 받은 것은 퇴직금일 수 있지만 로비 업무에 대한 성공보수일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김 후보자와 이 회사 측은 김 후보자가 K2 전차 부품 교체에 관계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이 회사의 현 대표인 홍모 씨는 취재팀과 만나 “독일 무기회사와 합작으로 군용 디젤엔진 생산 공장을 국내에 설립하는 과정에서 김 후보자에게 자문하려고 했지만 독일 업체가 발을 빼 계획이 무산되는 바람에 김 후보자는 별다른 역할을 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김 후보자도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자문의 범위를 합작 생산 공장 설립에 한정했고 합작 공장 설립은 무산됐다”며 “국내 특정 무기체계와 관련된 사항은 담당 업무가 아니었다”고 밝혔다.
김 후보자는 또 이 업체의 비리 전력을 알고도 고문직을 계속 맡은 것으로 밝혀졌다.
김 후보자가 U사 고문직을 맡을 당시 이 회사 임원이던 정모 씨(74)는 1993년 국방부 장관과 군 장성들이 군 전력 현대화 사업과 관련해 무더기로 뇌물을 받은 ‘율곡비리’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무기중개상이다. 정 씨는 한국형 구축함에 수중음향 분석 장비를 납품하는 대가로 당시 해군참모총장 등에게 뇌물을 건넨 혐의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무엇보다 무기중개업체의 고문직을 맡았던 인물이 국방부 장관직을 수행하는 게 적절한가를 놓고도 논란이 예상된다. 차기 국방부 장관은 한미연합사가 갖고 있던 전시작전통제권이 한국으로 넘어올 것에 대비해 차세대 전투기 등 첨단 국방장비를 갖추는 대규모 국책사업을 지휘하게 된다.
한 대학 군사학과 A 교수는 “김 후보자가 U사 고문을 맡은 것은 정부를 상대로 방산물자 수입업체 로비스트 역할을 한 셈”이라며 “국방부 장관이 된다면 무기 관련 의사결정 과정에서 고문을 맡았던 업체의 이해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겠느냐”라고 말했다. 국방부 장관은 무기체계 관련 의사결정을 하는 방위사업추진위원회 위원장을 겸하고 있다.
한편 김 후보자는 2010년 7월부터 동양시멘트 사외이사로 재직하며 지난달까지 1억2400만 원을 받았으며 국회에 인사청문 요청서를 제출한 15일 중도 퇴임했다.
신광영·김도형 기자·강은아 채널A 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