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가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 당한 피해자에게 '아버지와 사귀었냐'고 발언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와 서울남부지검 등에 따르면 남부지검 소속 A검사는 지난해 8월 해당 강간사건 재판을 마친 후 피해자 B씨에게 "아빠랑 사귄 것 아니냐. 메신저 내용을 보니 사랑 한거네" 등 2차 가해 발언을 했다.
앞서 의붓아버지에게 성폭행을 당한 B씨는 수사기관에 고소했고 의붓아버지는 지난해 3월 구속 기소됐다.
그는 B씨에게 "솔직히 말해야 한다. 아빠랑 사귄 거 맞지 않느냐. 카카오톡 내용을 보니 아빠랑 사랑한거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에 격분한 B씨와 성폭력상담소 직원, 법률 조력인인 변호사 등은 A검사에게 거세게 항의 했다.
그러자 A검사는 "순천 청산가리 막걸리 사건 아시죠. 그것도 알고 보니 딸이랑 아빠랑 사랑한 거였다. 혹시 걱정이 돼서 물어본 거다"라고 말했다.
B씨는 친족 성폭력을 '있을 수 없는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고소를 주저하다 용기를 낸 상황에서 이같은 말을 듣고 큰 상처를 받았다. B씨는 눈물을 흘리며 "내가 그런 사람을 왜 사랑하느냐. 난 남자친구가 있다"고 말했다.
이 상황을 지켜보던 상담소 직원은 "2차 피해 때문에 성폭력 피해자 한 명이 자살한 것을 모르냐. 어떻게 피해자 편에 서야 할 검사가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고 항의했다.
피해자 측은 "어려운 상황에서 용기를 내 자신의 피해를 드러낸 피해자에게 2차 가해가 계속되면 어떤 피해자가 고소를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이에 대해 남부지검 관계자는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어머니도 성폭행 당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 상황에서 카카오톡에 피해자가 피고인을 좋아하는 듯한 취지의 문자가 있어 실체관계를 파악하려고 물어 본 것"이라며 "피해자에게 결코 모욕이나 불편한 감정을 주고자 한 것은 아니다"고 해명했다.
한편, A검사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2004년부터 매해 선정하는 '성폭력 수사, 재판과정에서의 여성인권보장을 위한 걸림돌 사례'로 선정됐다.
이 단체는 지난해 3월부터 올해 1월까지 전국 경찰서, 검찰청, 법원에서 성폭력관련 사건의 수사와 재판과정 및 결과를 모니터링 해 디딤돌 사례 11건, 걸림돌 사례 4건, 특별상 1건 등을 선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