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보고 투자… 개입 현실적으로 불가능” 국민연금 측“정치적 이해관계 없다고 100% 자신하나” 일부 전문가
당시 증시에선 “국민연금은 도대체 뭘 하고 있느냐”라는 원망 섞인 탄식이 나왔다. 주가가 상장기업들의 부실 때문이 아니라 일시적인 대외충격으로 급락할 땐 국민연금이 나서야 한다는 요구였다. 한국 증시가 유독 선진국 증시에 비해 안정성이 떨어지는 것도 선진국과 달리 시장의 받침대 역할을 하는 자금이 없기 때문이라는 지적이었다.
최근 김종인 전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 “정부가 국민연금을 통해 주식시장에 개입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이 일었다. 이를 계기로 정부가 실제 개입했느냐의 진실 여부를 떠나서 국민연금이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게 옳으냐는 것도 또 다른 논란이 되고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발언이 논란이 된 이후 동아일보 기자와의 통화에서도 “정부가 국민연금으로 주식시장에 개입하는 건 상식적으로 판단하는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라고 주장했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를 좌우하는 외국인투자가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힌다. 국민연금의 적립금은 지난해 11월 말 기준 387조4000억 원으로 일본, 노르웨이, 네덜란드에 이어 연금 중 세계 4위 규모다.
이 중 국내주식 투자액은 전체 연금의 18%인 70조3000억 원으로 2017년까진 30%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5% 이상 지분을 보유한 상장사만 222개, 이 중 9% 이상 지분을 보유한 기업도 67개나 된다.
이런 국민연금의 대표인 이사장 임명권은 대통령이 갖고 있다. 이 때문에 김 전 위원장처럼 일각에선 정부가 인위적으로 주식시장 부양에 나선다고 보고 있다. 대통령 입장에선 선거 등 중요한 시기에 주가가 급락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 주가부양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국민연금이 어떤 의도이든 간에 하락 장에서 주식투자에 나서는 데 대해선 전문가들도 의견이 엇갈린다.
남재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민연금처럼 10년 이상 장기 투자를 지향할 경우에는 주가 하락기에 순매수를 늘려 저가로 우량주를 매수하는 게 맞다”며 “이를 의도적인 주식시장 부양으로 보는 것은 무리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장기적으로 투자를 연금운용액의 30%가량으로 늘리려면 쌀 때 사는 게 맞다는 논리다.
국민연금이 외국인투자가의 매도세에 맞서 ‘묻지 마 매수’에 나서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있다. 김병덕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외국인의 매도로 주가가 떨어지면 국민연금뿐 아니라 다른 외국인투자가도 매수세로 돌아선다”고 설명했다.
송충현 기자 balgun@donga.com
민소영 인턴기자 부산대 사회학과 4학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