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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재현 기자의 WBC 에세이] 태극마크 장원준, 공에 각이 살아있네

입력 | 2013-02-18 07:00:00

경찰야구단 소속의 장원준은 대표팀의 좌완투수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탁됐다. 롯데의 에이스였던 그가 대표팀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스포츠동아DB


“어이, 폴리스(police)!”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대표팀에 합류한 장원준(28)의 별명입니다. 류현진(26·LA 다저스), 김광현(25·SK) 등 주축 좌완투수들이 빠져나가면서 ‘경찰야구단’ 소속으로는 유일하게 태극마크를 달아 얻은 애칭입니다. 얼마 전만 해도 인기구단 롯데의 좌완 에이스였던 그는 2011년 15승 투수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군기가 바짝 든 모습으로 ‘각을 잡고’ 앉아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2007년 대만야구월드컵 외에 처음 단 태극마크가 ‘WBC’라는 엄청난 대회니까요.

‘진짜 내가 국가대표 맞나?’ 대표팀 발탁 전화를 받은 날, 장원준은 한동안 멍 하니 앉아있었다고 합니다. 실감이 나기까지 시간이 한참 필요했습니다. ‘야구 하자!’ 정신을 추스른 그는 혹한의 날씨 속에서 야구공을 잡고 있었습니다. “12월부터 그 추운데 캐치볼을 했어요. 자꾸 조급증이 생기더라고요. 몸을 빨리 끌어올리려고 서둘렀어요.”

“공 살벌하네, 폴리스. 무릎 쪽으로 그냥 꽂아버리네!” “살살 좀 해라. 폴리스.” 먼저 몸을 만든 효과는 확실했습니다. WBC 대표팀의 전지훈련지인 도류구장. 장원준이 공을 던질 때마다 동료 선수들의 감탄사가 쏟아집니다. 투수조 중 몸 상태가 가장 좋아 기대주로 급부상했습니다. 그도 대표팀에서의 하루하루가 설레고 즐겁기만 합니다. “완전 집중하고 있어요. 살면서 이렇게 집중하고 던져본 적이 없는 것 같아요.”

가슴팍에 달린 작은 태극기는 참 신기합니다. 국가대항전에 나가면 자신도 모르는, 초인적 힘을 발휘하게 해주거든요. 장원준에게도 국가대표 유니폼은 특별합니다. 2008년부터 4년 연속 두 자릿수 승리를 올리고도 쟁쟁한 국내 좌완투수들의 벽에 막혀 베이징올림픽, 광저우아시안게임 등 주요 국제대회에 부름을 받지 못하다 우여곡절 끝에 태극마크를 달았으니 그럴 수밖에요. 연습투구에도 1구, 1구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부을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도류(대만)|hong927@donga.com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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