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씨는 특별활동 4과목에 월 18만 원을 내는 게 부담스러운 데다 아직 어린 딸이 표준보육과정 이외의 수업을 들으면 혼란스러울 거라는 생각에 수업을 신청하지 않았다. 어린이집이 특별활동을 신청하지 않은 유아에게는 해당 시간에 대체 프로그램을 제공한다고 해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실제로는 대체 프로그램도, 돌봐주는 이도 없었다. 김 씨는 “딸이 소외된 모습을 보고 특별활동을 시킬 수밖에 없었다. 사실상 반 강제적으로 특별활동을 강요한 셈”이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의 ‘보육시설 특별활동 프로그램 적정 관리 방안’(이하 관리 방안)에 따르면 특별활동은 학부모의 선택권을 보장하고 자발적인 참여자에 한해서만 실시해야 한다. 미참여 아동에 대해서는 의무적으로 대체 프로그램을 운영해야 한다.
본보 조사 결과 국공립 어린이집 원생들의 특별활동 참여율은 89%, 민간어린이집은 95%였다. 그나마 특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 원생들은 여행을 가거나 몸이 아파 일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수여서 실제로는 거의 대부분이 참여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원생 33명 중 2명이 특별활동에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1명은 여행 때문에, 다른 1명은 영어 수업에 심한 스트레스를 호소해 빠졌다”라고 했다. 원생 73명 중 10명이 참여하지 않는다고 답한 용산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10명은 기초생활수급자 자녀여서 특별활동비를 받지 않아 통계상 빠진 것일 뿐 원생 전원이 수업을 듣는다”라고 했다.
서울시 조사에서도 지난해 서울시내 어린이집 6105곳에 다니고 있는 0∼5세 영유아 23만5596명 중 65%(15만3137명)가 특별활동에 참여하고 있었다. 이 통계에 ‘관리 방안’에 따라 특별활동에 참여할 수 없는 0∼2세 이하가 포함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3∼5세의 거의 100%가 참여하는 셈이다.
본보 기자가 학부모를 가장해 어린이집 20여 곳에 전화를 해본 결과 어린이집 측은 특별활동을 신청하지 않을 수 없게끔 하는 말들로 ‘100% 참여’를 유도하고 있었다. 은평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특별활동을 신청하지 않으면 아이를 받지 않고 있다. 별도의 대체 프로그램은 없다”라고 말했다. 서대문구의 한 어린이집 관계자는 “특별활동을 신청하지 않는 어린이는 특별활동을 하는 오후에 집에 데려가야 한다”라고 답했다.
한 자치구 어린이집 관계자는 “하루에 1∼2시간 있는 특별활동 시간은 보육 교사들이 그나마 휴식을 취하는 시간”이라며 “특별활동을 안 하는 아이는 미운털이 박힐 수밖에 없다”라고 털어놓았다.
서울시는 어린이집 특별활동이 문제가 있다는 점을 알고 있지만 단속할 방법이 마땅치 않아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대체 프로그램을 마련하지 않는 것에 대해서도 민원이 들어오지 않는 한 6000곳이 넘는 어린이집을 전수 조사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했다. 그 대신 특별활동비가 최대 21만 원이나 되는 만큼 일부 어린이집 특별활동을 무료로 하는 것을 추진할 방침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올해 재능기부자의 무료 강연을 통해 ‘특별활동비 없는 어린이집’을 시범적으로 운영한 뒤 이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이정규 인턴기자 동국대 사회학과 졸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