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길재 통일장관 후보자
박근혜 정부의 첫 통일부 장관에 내정된 류길재 북한대학원대 교수는 박 당선인의 공약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 성안을 도운 학계의 대북 전문가 출신이다. 박근혜 대선후보 캠프와는 2010년 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 발기인으로 참여하면서 인연을 맺었다.
대북 유화파로 통일부 장관 후보로 유력했던 것으로 알려진 최대석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이 지난달 12일 중도 사퇴한 상황이어서 류 후보자의 성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당선인 비서실 관계자는 “류 후보자는 합리적인 사람으로 강경파도 유화파도 아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에 적합한 인물이다”라고 평가했다. 지난달 한 언론 인터뷰에서 류 후보자는 “남북한이 신뢰를 쌓기 위해서는 대화가 필요하며 상대가 필요로 하는 건 지원해야 한다”면서도 “북한에 유화적으로 다가갈 경우 역이용당할 수도 있어 국민 정서와 북한 동향을 잘 보면서 전략을 짜야 한다”고 말했다. 또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가진 인터뷰에서는 “북한의 위협에 보상하는 행태가 반복돼선 안 된다”고 강경 입장을 취하면서도 “제재를 하면서도 대화와 교류협력의 끈은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은 박근혜 정부에 처음부터 전향적으로 나오지 않을 것이며 대화가 이뤄져도 빠른 속도로 진척될 것으로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남북관계는 개선되는 속도보다 질(質)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류 후보자가 노무현 정부 인사들과 가까웠으며 이명박 정부에서도 대통령실 외교안보자문위원을 맡는 등 역대 정부 성향에 맞춰 행보를 바꿔온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또 교수 출신으로 54세인 류 후보자가 김장수 대통령 안보실장 내정자(64), 김병관 국방장관 후보자(65), 윤병세 외교장관 후보자(60) 사이에서 제 목소리를 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대북정책 수립과정에서 협의가 불가피한 국가정보원장에 누가 오느냐에 따라 정책 주도권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류 후보자는 이날 통일부 대변인을 통해 “한반도 상황이 엄중하고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어 남북관계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안보를 튼튼히 하면서 당선인의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가 지향하는 바에 따라 신뢰가 쌓여가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통일부 남북회담본부에 사무실을 마련하고 업무보고와 청문회 준비에 들어갔다. 그는 육군 만기 제대로 병역을 마쳤으며 부인 이은복 씨와의 사이에 2녀가 있다.
조숭호 기자 sh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