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마니아 네체르 감독 ‘차일드스 포즈’ 영예의 ‘황금곰상’ 수상
17일(현지 시간) 폐막한 제63회 베를린영화제에서 동유럽의 ‘사회파 영화’들이 주요 상을 휩쓸었다. 공식 경쟁부문에 올라 기대를 모았던 홍상수 감독의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은 수상에 실패했다.
최우수작품상인 황금곰상은 루마니아 컬린 페테르 네체르 감독의 영화 ‘차일드스 포즈’에 돌아갔다. 영화는 교통사고를 낸 아들을 구해내기 위해 증인까지 매수하며 물불 안 가리는 어머니의 이야기를 담았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를 떠올리게 하는 이 영화는 루마니아의 사법제도와 만연한 부정부패를 정면으로 비판한다.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다니스 타노비치 감독의 ‘언 에피소드 인 더 라이프 오브 언 아이언 피커’는 심사위원대상과 남우주연상을 가져갔다. 의료보험과 치료비가 없어 아내가 수술을 못하는데도 무기력하기만 한 퇴역군인의 이야기를 다뤘다.
남우주연상을 받은 나지프 무이치는 수상 직후 기자회견에서 “나는 단지 나와 가족의 실제 이야기를 보여줬을 뿐”이라며 “나는 영화처럼 직업이 없고 쇠붙이를 주워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여우주연상은 이혼한 50대 여성 주인공을 통해 중년의 외로움을 표현한 칠레 영화 ‘글로리아’의 파울리나 가르시아에게 돌아갔다.
3등상에 해당하는 알프레트 바워상은 캐나다 퀘벡 출신인 드니 코테 감독의 ‘빅+프로 소 어 베어’에 주어졌다. 감독상은 ‘프린스 아발란체’를 연출한 데이비드 고든 그린 감독에게 돌아갔다. 이 영화는 도시를 떠나 격리된 시골 고속도로에서 일하는 두 노동자의 다툼을 담은 코미디다.
정치적인 이유로 이란에 연금 중인 자파르 파나히 감독은 ‘클로즈드 커튼’으로 각본상을 수상했다. 영화는 집안에서만 시나리오를 쓰는 한 감독의 이야기를 담아 파나히 감독 자신의 처지를 빗댔다. 대리 수상한 주연배우 겸 공동연출자인 캄보지야 파르토비는 “어떤 것도 사상가와 시인을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영화는 2007년 박찬욱 감독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로 알프레트 바워상을 수상한 이후 공식 경쟁부문에서 수상자를 내지 못했다. 김정인 감독의 단편 영화 ‘청이’는 제너레이션 부문에서 케이 플러스(어린이 영화)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았다. 신수원 감독의 ‘명왕성’은 제너레이션 포틴 플러스(청소년 영화) 특별언급상을 수상했다.
베를린=민병선 기자 bluedo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