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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조각 완료]정책컬러 엷은 현오석… 관리형 경제사령탑?

입력 | 2013-02-18 03:00:00

■ 경제부총리 후보자는 누구




박근혜 정부의 초대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가 된 현오석 한국개발연구원(KDI) 원장은 거시경제 흐름을 읽어내고 관리하는 데 충분한 전문성을 갖췄다는 평가다. 하지만 ‘경제사령탑’으로서의 무게감은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성장’을 중시하는 편이지만 독자적인 정책컬러가 강한 편이 아니어서 박 당선인의 정책 청사진을 충실히 이행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현 후보자는 17일 서울 동대문구 KDI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 경제는 단기적으로 경기 회복을 빨리해야 하는 문제와 중장기적으로 성장과 복지, 성장잠재력을 어떻게 할 수 있느냐의 과제를 병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성장과 복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쫓겠다는 생각을 밝혔다.

행시 14회인 현 후보자는 경제기획원 경제기획국 사무관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을 지내는 등 경제정책을 입안하고 조정하는 부서에서 잔뼈가 굵은 관료 출신. 또 세계은행 이코노미스트를 지내 글로벌 감각도 갖췄다.

현 후보자의 발탁에는 박정희 전 대통령이 직접 세운 KDI에 대한 박 당선인의 각별한 애정이 반영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전 대통령은 김학렬 경제기획원 장관의 건의를 받아 KDI 설립을 지시하며 사재 100만 원을 내놨고 서울 동대문구 홍릉의 KDI 건물을 지을 때는 공사 기간에 두 번이나 둘러봤다.

한국 경제가 처해 있는 엄중한 대내외 여건을 고려할 때 현 후보자가 최적의 인물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한국 경제는 장기 저성장에 빠져들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대외적으로는 일본이 시동을 건 ‘환율전쟁’에 직면해 있다. 또 확대되는 각계의 복지수요를 적절히 충족하면서 재정건전성을 유지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

박 당선인이 경제부총리에게 상당한 권한과 무게를 실어줄 경우 현 후보자의 유연함이 ‘안정적 조정능력’으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아진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장관에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이자 박 당선인의 측근인 진영 의원, ‘공룡 부처’인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에 김종훈 알카텔루슨트 벨연구소 사장 등 강력한 인물들이 배치된 상황에서 자칫 경제부총리가 전체 경제정책의 조타수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하고 ‘반쪽 부총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박 당선인의 복지공약 이행을 둘러싸고 신경전이 예상되는 복지부 장관에 진 의원이 내정된 것과 관련해 재정부 내부에서는 건전재정 기조를 유지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경제부처의 한 국장은 “복지 확대를 위해서 돈을 써야 한다는 복지부와 건전재정을 강조하는 재정부는 의견차가 날 수밖에 없다”며 “현 후보자가 실세 정치인이 장관으로 임명된 복지부의 논리에 휘둘리지 않고 나라 곳간을 지켜낼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현 후보자가 1급을 마지막으로 공직을 떠난 점과 관련해 부처 장악력 등의 면에서 리더십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의 목소리도 있다.

세종=황진영 기자 bud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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