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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정부 이래야 성공한다]스포츠 정책-강준호 서울대 교수

입력 | 2013-02-19 03:00:00

“스포츠 강국 넘어… 국민 모두 행복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강준호 서울대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국민 행복’을 저비용 고효율로 달성해줄 수단이 스포츠다. 시대 흐름에 맞는 인식의 전환으로 건강한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훈구 기자 ufo@donga.com

《 “최근 역대 정권의 공약에는 스포츠 정책이 거의 없었는데 박근혜 정부는 상대적으로 스포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스포츠의 국민 행복증진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교육과 복지, 문화, 산업과의 정책 연계가 이뤄져야 한다.” 강준호 서울대 교수(46·스포츠경영학)는 15일 서울 관악구 신림동 서울대 본관에서 가진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25일 출범할 박근혜 정부가 표방한 ‘국민 행복’을 저비용 고효율로 달성해줄 수단이 스포츠라고 강조했다. 강 교수는 “박근혜 정부가 학교체육 강화를 가장 중요한 목표로 삼은 것은 시의적절하다. 하지만 제시된 정책만으로 충분한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스포츠를 다른 분야와 선순환적으로 연계하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서울대 기획처 협력부처장을 맡고 있는 그는 스포츠경영학의 국제적 권위자로 정부와 기업 스포츠 단체의 자문역으로 한국 스포츠의 선진화를 이끌고 있다. 강 교수는 먼저 체육이란 용어 대신 스포츠를 사용하기를 원했다. 그는 “체육을 학교 교과목 이상의 의미로 확대해서 사용하는 지금의 문화는 일제강점기의 영향 때문이다. 선진국에서는 스포츠가 우리가 광의로 사용하는 체육을 의미하는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도 체육을 영어로 번역할 때 스포츠로 쓰는 경우가 많아 크게 무리는 없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정책을 총평하면…. 

“첫 번째 인상은 최근의 역대 정권이 스포츠를 주변적이고 사소한 영역으로 생각한 것에 비하면 그나마 스포츠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하지만 좀 더 근본적인 철학적 고민과 정책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패러다임의 전환이라면….

“먼저 한국 스포츠의 과거와 현재를 돌아보고 앞으로 국민의 생각과 사회적 변화를 잘 인식해야 한다. 한국 스포츠는 정부와 기업의 집중적인 지원을 받아 경제처럼 압축 성장했다. 하지만 한국의 스포츠 문화는 명과 암이 교차한다. 2012년 런던 올림픽 메달 수로 세계 7위를 자랑하지만 스포츠계 내부의 체계와 문화는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국민들도 국가보다 개인의 삶의 질에 관심이 높아졌다. 인구가 고령화되면서 국가 전체의 평균체력과 사회적 활력이 떨어졌다. 이제 스포츠 강국에서 스포츠 선진국으로 가야 한다. 스포츠 강국은 성적 그 자체가 목적이지만 스포츠 선진국은 스포츠의 진정한 가치를 창출하여 국민이 그것을 누리게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해야 한다.”

―박근혜 정부의 스포츠 정책에 그런 고민이 들어 있지 않다는 것인가.

“학교체육 강화를 위해 체육 전담 교사 배치 등을 제시했지만 근원적인 고민에서는 아쉬움이 있다. 스포츠를 개별적 기능적 영역으로만 접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스포츠를 전 국민 삶의 일부분으로 만들어 국민 행복증진의 핵심수단으로 삼겠다는 확고한 철학이 필요하다. 국가가 왜 스포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통치권 차원의 명확한 신념이 있어야 한다.”

―학교체육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인가.

“운동선수와 일반 학생이 전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운동선수들은 성공 확률 3%도 안되는 바늘구멍에 올인한 결과 결국 97%는 사회에 적응하기 어려운 인생의 낙오자가 된다. 반면 일반 학생은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왕성한 성장을 할 시기에 질식할 듯한 선행 학습과 입시 경쟁에 찌들려 공부하는 기계가 됐다. 결국 게임 중독, 학교 폭력 등에 빠져드는 등 청소년들의 신체와 정신이 피폐해지고 있다. 서울대 남학생들의 체지방률은 60세 남성과 같은 수준이고 여학생의 근력은 60세 여성과 비슷한 수준이다. 서울대생 51.5%가 우울증 위험군으로 분류된다. 운동선수는 공부를, 일반 학생은 운동을 병행하는 것이 정상이다. 다행히 지난해 학교체육진흥법이 제정됐다. 앞으로 이 법의 취지를 잘 살려나갈 수 있도록 재정을 확보하고 지속적으로 추진할 시스템을 만드는 후속 조치가 필요하다.”

―스포츠 선진국이 되기 위한 조건은….

“인식의 변화다. 스포츠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은 세대와 성장 배경에 따라 전혀 다르다. 모두들 원론적으로는 스포츠가 유익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현실적인 의사결정단계에서는 우선순위가 낮다. 산업화 세대에게는 먹고사는 게 최우선이라 스포츠는 사치에 불과했다. 민주화 세대도 민주주의 달성이란 목표에서 스포츠는 한가한 소리였다. 스포츠가 개인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효과는 그것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사람은 절대 이해하기 어렵다. 하지만 젊은 세대들은 선진국 수준의 스포츠에 대한 욕구와 문화가 있다. 그런데 정책은 기성세대가 만든다. 여기서 오는 괴리가 크다. 정권 차원에서 근본적인 변화를 유도한다면 사회에서도 훨씬 빨리 스포츠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생긴다. 고 박정희 전 대통령이 태릉선수촌 건립과 체력장제도 도입을 통해 스포츠 강국의 기틀을 세웠듯이 박근혜 당선인은 스포츠 선진국의 기틀을 다지는 획기적 변화를 추구하길 기대한다.”

―정부가 스포츠를 강조해야 하는 이유는….

“스포츠는 인간의 기본권이자 사회적 자본 축적의 중요한 수단이다. 스포츠는 신체적 건강 이상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인간은 자유의지를 가지고 몸과 마음을 한 가지 목표에 몰입함으로써 자신이 살아 있다는 것을 실존적으로 느낄 수 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중요한 원동력이 되는 자존감, 자아실현감을 국민 누구나 느끼게 할 수 있는 손쉬운 방법이며 신체적 정신적 만족감을 통해 행복감을 느끼게 해준다. 또 룰을 준수하고 팀워크를 기르며 상대를 배려하고 공정한 경쟁을 추구하는 스포츠맨십은 그동안 물질적 압축 성장을 이뤄내느라 우리가 잊고 있었던 중요한 가치들이다. 한국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발전 없이는 더이상 보이는 세계의 발전을 기대하기 어렵다. 보이지 않는 세계의 발전이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는 신뢰와 결속, 정직, 활력과 같은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매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종국적으로 한국 스포츠가 가야 할 길은 무엇인가.

“스포츠가 모든 국민 삶의 일부가 되고 뛰어난 전문 스포츠인들이 많이 나와 세계적으로 기량을 선보이는 것이다. 학교 스포츠는 뿌리이고 일반인들의 스포츠가 줄기라면 전문 스포츠는 그 위에 핀 꽃이다.

―그렇다면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한데 현실적으로 힘들지 않겠나.

“물론 힘들다. 그래서 통치권자의 철학과 의지가 중요하다.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학교체육 정책을 전체 교육의 틀 안에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체육은 수업시간 강화뿐 아니라 스포츠클럽 등 과외활동을 강화할 수 있도록 제도적 환경을 만들고 인센티브도 수반돼야 한다. 1년에 한 번 초등학교 4학년 이상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학생건강체력평가제가 실효를 거둘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해야 한다. 현실적으로는 입시제도에 어떤 형태로든 스포츠영역이 포함되어야 가시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또한 스포츠가 복지로 연결되기 위해서는 스포츠 참여와 건강보험을 연계함으로써 제도적 인센티브를 제공해 참여를 촉진하고 의료비용 감소를 유도하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운동으로 건강을 지켜 신체 나이를 떨어뜨리는 국민에게는 건강보험 절감 등의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 이게 선순환적 복지다.”

―사상 첫 여성 대통령시대에 여성 스포츠 정책에 대한 생각은….

“국제스포츠 무대에서 우리 여성들의 활약은 눈부시다. 하지만 정작 일반 여성의 스포츠 활동은 너무 부족하다. 하고 싶어도 여건이 마련되어 있지 않다. 미국에서도 여성의 스포츠 활동 참여가 획기적으로 늘어난 것은 ‘타이틀 Ⅳ’란 법 제정을 통해서 가능했다. 여성과 저소득층, 고령인구 등 그들의 필요와 상황에 맞는 제도와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요즘 경제도 화두다. 스포츠를 통한 경제발전책이 있나.

“스포츠는 21세기형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국민이 스포츠에 직접 참여하거나 관람함으로써 발전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증진하면서도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착한 산업’이다. 기본적으로 내수시장인 스포츠시장은 참여스포츠시장과 관람스포츠시장을 두 축으로 발전전략을 수립해야 국민복지와 일자리 창출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다.”

―22일 대한체육회 회장 선거가 있다. 어떤 후보가 돼야 하나.

“사상 첫 경기인 출신 대결이라는 점에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진정한 경기인 출신의 회장 탄생은 상징적인 면에서 만시지탄의 느낌이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경기인이냐 아니냐가아니라 스포츠에 대한 사랑과 열정, 한국 스포츠발전을 위한 비전과 전략 그리고 그것을 이뤄낼 역량과 헌신의 자세다. 스포츠맨십에 맞게 공정한 선거를 통해 명예롭게 당선돼야 한다.”  

● 강준호 교수 프로필

△1967년 서울 출생
△1986년 경기고 졸업
△1990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과 졸업
△1996년 미국 미시간대 스포츠경영학 박사
△199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 경영학석사(MBA)
△1998년 미국 코네티컷대 스포츠경영학 교수
△2001년 서울대 사범대학 체육교육과 교수(현), 서울대 스포츠산업연구센터 소장(현)
△2003년 평창겨울올림픽 유치위원, 조직위원회 자문위원(현)
△2006년 문화체육관광부 정책자문위원, 정책평가위원, 규제개혁위원
△2007년 싱가포르 국가 스포츠전략 국제자문위원
△2010년 서울대 기획부처장, 협력부처장(현)
△2012년 서울대 글로벌스포츠매니지먼트 대학원 전공 주임교수(현)

양종구 기자 yjong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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