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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 리뷰]부천필-사라장과 함께한 푸짐한 음악잔치

입력 | 2013-02-19 03:00:00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음악회 ★★★★☆




15일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예술의전당 제공

서울 예술의전당이 15일 개관 25주년 기념음악회로 생일을 자축했다. 무대에 선 주인공은 임헌정 지휘 부천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이다. 각자 연주곡마다 평범에 머물지 않고 오묘한 색채를 더해온 이 두 주역은 이날 흔히 맛보기 힘든 조합의 묘미를 선사했다. 그 색깔은 저녁의 기습 추위를 날리는 ‘따뜻함’으로 요약할 수 있다.

사라 장이 협연한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악단이 가진 따스한 음색과 결이 잘 맞았다. 넓은 대로에 한없이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미국 시골풍 정서가 현의 유장한 기복으로 살아났다. 천변만화하는 곡상의 변화에 솔리스트가 ‘잡혀 먹힐’ 수도 있는 곡이지만 이날의 독주자는 오히려 곡을 맛나게 먹어치웠다. 큰 폭의 강약 변화와 큰 비브라토, 활을 끝까지 다 쓰며 볼륨을 마음껏 방사하는 모습은 ‘눈 감고도 사라 장’이었다.

구석구석까지 볼륨을 전하려는 듯 상체를 젖히는 특유의 동작이나 앞뒤로 두세 발짝씩 걷는 모습도 새삼 반가웠다. 빠른 3악장에서도 그는 연주자들이 흔히 빠지는 기계적 민활함에 유혹되지 않았다. 극단적 템포를 버리고 앞 악장들에서와 같은 풍성한 강약의 대조를 마음껏 과시했다.

후반부 부천필이 연주한 베를리오즈의 ‘환상교향곡’은 관현악단 기량의 시금석과도 같은 작품이다. 부천필은 1970년대 보스턴 심포니 오케스트라를 떠올리게 하는 백열(白熱)합주를 선보였다. 지휘자와 공감이 느껴지는 단원들의 열기에, 충분히 시간을 들였음이 분명한 세공의 묘미가 더해졌다. 티끌 같은 미세한 장식음 하나 흐트러짐 없이 일사불란 부풀었다. 총 합주의 색깔이 잘 연마된 금속처럼 휘황했다.

이 악단은 최근 부천시의회와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술궂게 제3자의 판결을 내려본다고 상상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악단의 바람대로 시의회는 예산을 풀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대신 임헌정 상임지휘자는 시의회의 요구대로 임기 끝까지 연주에 더 많이 참가하고 지휘봉을 더 오래 잡았으면.”

이날 연주회 무대는 ‘생일잔치’답게 빈 음악동우회 황금홀을 연상시키는 꽃다발로 장식됐다. 대통령 당선인 축전 낭독과 각계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 상영도 이어졌다. 부천필은 앙코르 첫 곡으로 관객들의 ‘하 하 하!’ 웃음을 곁들이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를 ‘근심 없이’ 연주했다. 언제나 이날 연주대로, 모습대로라면 근심이 없을 것이다.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