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음악회 ★★★★☆
15일 예술의전당 개관 25주년 기념음악회에서 부천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협연한 바이올리니스트 사라 장. 예술의전당 제공
사라 장이 협연한 새뮤얼 바버의 바이올린 협주곡은 악단이 가진 따스한 음색과 결이 잘 맞았다. 넓은 대로에 한없이 햇살이 내리쬐는 듯한 미국 시골풍 정서가 현의 유장한 기복으로 살아났다. 천변만화하는 곡상의 변화에 솔리스트가 ‘잡혀 먹힐’ 수도 있는 곡이지만 이날의 독주자는 오히려 곡을 맛나게 먹어치웠다. 큰 폭의 강약 변화와 큰 비브라토, 활을 끝까지 다 쓰며 볼륨을 마음껏 방사하는 모습은 ‘눈 감고도 사라 장’이었다.
구석구석까지 볼륨을 전하려는 듯 상체를 젖히는 특유의 동작이나 앞뒤로 두세 발짝씩 걷는 모습도 새삼 반가웠다. 빠른 3악장에서도 그는 연주자들이 흔히 빠지는 기계적 민활함에 유혹되지 않았다. 극단적 템포를 버리고 앞 악장들에서와 같은 풍성한 강약의 대조를 마음껏 과시했다.
이 악단은 최근 부천시의회와의 마찰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심술궂게 제3자의 판결을 내려본다고 상상하니 다음과 같은 생각이 들었다. “악단의 바람대로 시의회는 예산을 풀어 마음껏 활동할 수 있게 해주었으면. 대신 임헌정 상임지휘자는 시의회의 요구대로 임기 끝까지 연주에 더 많이 참가하고 지휘봉을 더 오래 잡았으면.”
이날 연주회 무대는 ‘생일잔치’답게 빈 음악동우회 황금홀을 연상시키는 꽃다발로 장식됐다. 대통령 당선인 축전 낭독과 각계 인사들의 축하 메시지 상영도 이어졌다. 부천필은 앙코르 첫 곡으로 관객들의 ‘하 하 하!’ 웃음을 곁들이는 요한 슈트라우스의 폴카를 ‘근심 없이’ 연주했다. 언제나 이날 연주대로, 모습대로라면 근심이 없을 것이다.
유윤종 선임기자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