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태열 비서실장 내정자, 병역-불법 정치자금 의혹
주목받는 ‘왼손가락’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는 왼손가락 마비로 병역면제 판정을 받았지만 그동안 손가락을 자연스럽게 구부리거나 펴는 모습의 사진이 종종 촬영됐다. 허 내정자가 왼손을 편 채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를 나누거나(사진 위) 회의 때 주먹을 쥐고 생각에 잠긴 모습(사진 아래). 동아일보DB
18일 병무청 등에 따르면 허 후보자는 1976년 손가락 마비로 군 복무를 면제받았다. 병역 기록상 왼손 검지와 중지, 약지 등 세 손가락에 마비 증상이 있다는 것. 당시에는 손가락 3개 이상에 마비 증세가 있을 경우 군 면제에 해당하는 3급 처분을 받았다. 병무청은 손가락 마비를 악용해 병역을 면제받는 비리 사례가 늘자 2004년 이를 ‘신종 수법에 의한 병역비리’로 규정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판정하도록 의무화했다. 한 정형외과 전문의는 “손가락 마비는 관절염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발생할 수 있는 질병”이라며 “어느 정도 움직이는 것은 가능하지만 자유롭게 쥐거나 펴는 동작은 어렵다”라고 말했다.
허 후보자와 친분이 있는 한 정치권 관계자는 “허 후보자를 자주 만나지만 왼손가락에 마비 증세가 있다는 걸 전혀 의식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허 후보자가 찍힌 사진에서도 왼손이 펴지거나 구부러진 모습을 볼 수 있다. 2011년 4월 국회에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대화하는 모습에선 왼손을 펴고 입을 가린 채 말하고 있다. 2010년 1월 한나라당 당직자 회의에서는 같은 손을 쥔 채 입술을 만지고 있다.
허 후보자는 2008년 불거진 ‘박연차 게이트’ 사건 공판에서 차명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다.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은 2009년 8월 31일 자신에게서 돈을 받은 혐의로 기소된 서갑원 전 의원 공판에 증인으로 출석했다. 당시 서 전 의원 측 변호인이 “박 회장 지시로 (태광실업 계열사인 정산개발 사장) 정승영 씨가 허태열 의원에게 (김해상공회의소 명예회장) 박영석 씨 이름으로 2000만 원을 후원한 걸 아느냐”라고 질문하자 박 회장은 “그렇다”라고 답변했다. 또 “허 의원이 고맙다고 인사한 적 있느냐”라고 되묻자 박 전 회장은 “정승영을 통해…”라고 답변하기도 했다.
당시 검찰은 허 후보자를 비롯해 후원금을 받은 의원에 대해 “대가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라며 조사하지 않아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당시 허 후보자는 “후원금을 냈다고 표시된 사람 이름을 알고 있었을 뿐 박 전 회장이 차명으로 냈다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라며 “정승영 사장은 얼굴도 이름도 모르고, 다만 후원금 계좌를 살펴보니 모르는 사람이 후원한 게 있었고, 그게 박 전 회장이 준 것일 수 있지만 난 몰랐다”라고 반박했다.
‘설화(舌禍)’도 잦았다. 허 후보자는 2000년 4월 총선 때 부산 북-강서을에서 노무현 새천년민주당 후보와 맞붙었을 당시 유세에서 “살림살이가 나아졌다고 생각하는 분은 손을 들어 보라”라고 한 뒤 손을 든 시민에게 “혹시 전라도에서 오신 것 아니냐”라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부산의 자녀들은 아무리 공부를 잘하고 사업 수완이 있어도 이제는 틀렸다. 앞으로 우리 아들과 딸이 비굴하게 남의 눈치나 살피며 종살이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 누가 자신할 수 있느냐”라고 말해 노골적으로 지역감정을 선동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이 장면은 인터넷에 동영상으로도 올라와 있다. 2009년 7월 부산시당 국정보고대회에서는 “좌파는 빨갱이고 거기에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게 민주당”이라고 주장했다가 파문이 커지자 사과했다.
2012년 7월 재산등록에 따르면 허 후보자는 서울과 부산에 아파트 각 1채(합쳐서 약 15억 원·이하 신고가 기준)를 갖고 있다. 또 배우자가 1997년 경기 파주시에 논 약 4000m²(약 3억5000만 원)를 매입했다. 이 밖에도 금 413g(2400만 원), 그림(1900만 원) 등 재산을 총 26억5500만 원으로 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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