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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가 만사다]유정복 안전행정장관 후보, 골프장 증설 로비자리 주선 논란

입력 | 2013-02-19 03:00:00

골프장 증설 예정지, 해병대 바로옆… 사격장 가까워 위험




해병2사단 철책과 10m거리 해병대 2사단이 설치한 강변 철책과 김포CC 골프장이 불과 10m 거리를 두고 마주 보고 있다. 그 사이에 난 군사작전도로 위로 군용 차량이 하루 수차례 지난다. 김포=김준일 기자 jikim@donga.com

현역 국회의원인 유정복 안전행정부 장관 후보자(사진)가 군 부대장에게 사업 관련 청탁을 하려는 지역구 기업가와 군 장성의 만남을 주선한 사실이 밝혀짐에 따라 앞으로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2009년 유 후보자의 주선으로 해병 2사단장 A 씨를 만나 금두꺼비를 건넨 김포CC 사장 한모 씨(69)는 1995년 경기 김포시 월곶면에 골프장을 열 때부터 지역 사회에서 논란이 있었다. 골프장 용지가 해병대 부대 바로 옆에 위치한 데다 내부 경사가 심해 골프장을 하기엔 부적합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A 씨는 18일 취재팀과의 인터뷰에서 “10여 년 전 이 지역에서 대대장으로 근무할 때부터 누가 이런 곳에 골프장 허가를 내 줬는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A 씨에 따르면 해병대 병사들이 골프장 바로 10m 옆에서 경계근무를 서고 있고 사격장과도 가까워 오발 사고에 대한 우려가 높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18일 오후 취재팀이 골프장 주변을 둘러본 결과 민간인통제구역임을 알리는 해병대 철책 주변에 ‘골프공 주의’ ‘코스 내 금연’이라고 쓰인 안내판이 곳곳에 붙어 있었다. 부대 안에선 주기적으로 사격 소리가 들리기도 했다. 주민 남모 씨(41)는 “군부대로 둘러싸인 이런 곳에 골프장을 지으려면 해병대 사령관에게 로비를 해야만 가능할 것으로 봤기 때문에 골프장 사장은 군 장성 출신일 것이란 소문이 파다했다”라고 전했다.

A 씨가 골프장 증설에 동의해 달라는 한 씨의 요청을 두 차례나 반려한 이유도 골프장이 정상적인 부대 운영에 방해가 된다는 판단에서였다. 군부대 등 국가 주요시설이 인접한 곳에 골프장 등 시설물을 지으려면 군 책임자의 동의가 필수적이다.

A 씨는 “부대 사격장이 근처에 있어 골프장 이용객이 총에 맞을 우려가 있고 훈련에 지장도 크다는 이유로 동의 요청을 두 차례 연달아 거절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후에도 동의 요청이 계속되자 A 씨는 골프장 입구 위치를 바꾸고 골프장 측이 일부 군 훈련장을 옮겨 주는 등의 여러 조건을 내걸었는데 한 씨가 이를 받아들이겠다고 해서 해 조건부 승인만 내줬다.

사실 한 씨는 A 씨의 전임 사단장에게서 2004년 골프장 증설 동의를 받았으나 군사동의를 받은 뒤 2년 내 착공하지 않으면 새 부대장에게 다시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규정에 따라 A 씨에게 다시 동의를 요청한 상황이었다. A 씨는 “한 씨로선 전임 사단장에게서 동의를 받았기 때문에 (후임인) 나에게서도 군사동의를 받는 데 별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라며 “하지만 증설 계획은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는 상황이었다”라고 말했다. 결국 조건부 승인을 내줬지만 한 씨는 용지 매입 등에 어려움을 겪어 현재까지도 증설을 못 하고 있다.

A 씨는 금두꺼비를 돌려준 뒤 국군 기무사령부에 이 사실을 보고했고 기무사가 조사를 벌였다. 이어 이 첩보를 입수한 국가정보원이 한 씨가 유 의원에게도 금품을 건넸을 개연성을 염두에 두고 조사를 벌였지만 입증할 만한 단서를 찾지 못해 조사를 종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관계자는 “한 씨가 금두꺼비를 건넨 것은 공사 허가에 대한 감사의 뜻과 함께 이후에도 군의 협조를 요구하는 성격이 있을 수 있다고 보고 조사를 벌였다”라고 전했다.

A 씨는 한 씨에게 금두꺼비를 돌려보낸 사실이 확인돼 뇌물수수 혐의를 벗었다. 한 씨도 이 건과 관련해 사정 당국의 정식 수사를 받지는 않았다. 그러나 한 씨는 2007년부터 2년여간 회삿돈 6억5000만 원을 횡령한 혐의로 2010년 6월 서울고법에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유 후보자는 18일 취재팀과의 통화에서 “두 사람을 불러 식사자리를 가진 것은 맞지만 어떤 경위로 그런 자리를 만들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라며 “한 씨에게서 금두꺼비나 금품을 받은 적이 없다”라고 밝혔다.

김포=김준일 기자·김민지 채널A 기자 jikim@donga.com

▼ “劉의원이 불러 가봤더니 골프장 사장과 함께 있어” ▼

■ 당시 해병 2사단장 인터뷰… “뇌물 오해받아 인사 불이익”


2009년 유정복 후보자의 주선으로 골프장 업자 한모 씨를 만났던 전 해병 2사단장 A 씨는 18일 취재팀과 만나 “한 씨가 준 금두꺼비를 곧바로 돌려줬는데 그 일로 ‘뇌물을 받았다’는 오해를 받아 인사에서 계속 불이익을 당했다”며 억울한 심경을 토로했다. 다음은 A 씨와의 일문일답.

―그날 유 후보자와의 식사 자리 분위기는 어땠나.

“한정식집에 도착해보니 두 사람이 함께 있더라. 내가 당황해하니까 유 의원이 겸연쩍어 하면서 ‘두 분 예전부터 아는 사이 아니냐. 그래서 같이 밥 먹자고 했다’고 얼버무렸다.”

―한 씨와는 어떤 관계였나.

“부사단장 시절 선임 사단장이 한 씨를 만나는 자리에 두 번쯤 동석한 적이 있어 안면은 있었다. 사단장이 된 뒤에는 나와 사고방식이 안 맞아 관계를 딱 끊었다. (골프장 증설 동의 요청을) 내가 계속 커트하니까 한 씨가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을 많이 해왔다. 한 씨 전화는 계속 받지 않았다. 그러던 중 유 의원이 불러서 나간 자리에서 한 씨를 보게 됐다.”

―금두꺼비는 어떻게 받게 됐나.

“부관한테 물었더니 ‘한 씨가 식사 도중 나와서 사단장과 다 얘기가 됐다고 하면서 차에 실었다’고 했다. 열어보니 금두꺼비더라. 물건을 돌려보내면서 점잖게 편지를 썼다. ‘내가 당신보다 깨끗이 살아서 돌려주는 건 아니지만 내 마음을 편하게 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식사 자리에선 어떤 대화를 했나.

“골프장 증설은 내가 부담스러워할 거라고 봤는지 별다른 얘기를 안 한 것 같다. 유 의원이 ‘사단장님하고 한 회장님하고 잘 지내시죠’라고 묻긴 했다. 그 외엔 두 사람이 ‘사단장 하느라 고생이 많다’고 나를 위로하는 얘기를 주로 했다.”

―유 의원이 왜 그런 자리를 마련했다고 보나.

“유 의원이 시장을 오래 하고 지역구 의원도 하니까 (한 씨가) 후원을 좀 하는 것 같더라. 가깝게 지내는 사이는 맞는 것 같았다.”

신광영 기자·윤상호 군사전문기자 n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