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크리스(김태원 딸) 사내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음악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17세 싱어송라이터의 포부는 또래들과 좀 다른 느낌이었다.
부활의 기타리스트 김태원의 딸로 알려진 크리스(Kris·김서현). 그는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소망으로 가수를 결심했다.
동명의 타이틀곡은 왕따 피해자들에게 보내는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다. 더구나 15세에 만든 노래라니, 나이답지 않은 그 ‘성숙한 사고’에 숙연해지기까지 한다.
“친구들이 (따돌림으로)상처를 받고, 친구의 상처에 나도 상처받게 됐다. 우울증이 있는 아이들에게 ‘절대 희망을 잃지 말라’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 한국에서도 왕따 문제가 심각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들에게 위로와 희망을 주는 노래를 만들고 싶었다.”
크리스의 동생 우현(13) 군은 자폐증을 앓고 있다. 가족은 우현 군의 치료를 위해 2004년 필리핀으로 옮겼고, 아버지 김태원은 ‘기러기 아빠’로 국내에서 음악 생활을 이어왔다.
‘인투 더 스카이’와 함께 수록된 ‘굿바이’는 “동생을 돌봐야 하는 엄마를 편하게 해드리기 위해 남아공으로 혼자 떠나는 쓸쓸한 심정”을 담은 노래다. 크리스는 초등학교 6학년 때 이 노래를 쓰고 1년간 남아공에서 혼자 살며 어머니가 동생에 집중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그는 ‘어른스럽게’ 이겨냈다.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혼자 있으면서 처음엔 우울함에 빠지기도 했지만 주위를 둘러보면서 어른스런 생각을 갖게 됐다.
“그땐 어리고 어리석었다. 그러면 안됐는데…. 그래서 참 후회된다. 사람들이 왜 우울해 할까. 그건 감사할 줄 몰라서다. 나도 어떤 계기를 통해 감사함을 배우게 됐고, 아버지를 존경하게 됐다.”
‘일찍 어른이 된 것 같다’는 말에 크리스는 “아니다. 내 또래들도 분명 그런데 단지 표현을 안 할 뿐이다”고 어른스럽게 대답한다.
가수 크리스(김태원 딸) 사내 인터뷰.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
아버지의 영향으로 자연스럽게 음악을 접하며 성장했고, 12살부터 기타를 쳤지만 가수가 되길 결심한 것은 주위의 아픈 친구들과, 그를 놀림감으로 삼는 친구들이 계기가 됐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내 친구들, 내 주변에 아픈 아이들이 있는데, 친구들이 그걸 놀리기만 한다. 어떻게 사람이 다른 사람을 함부로 판단할 수 있을까. 음악으로 바꿔보자고 결심하면서 가수가 되기로 했다.”
“음악은 재능과 노력도 중요하지만 진정한 음악은 자기 자신을 얼마나 잘 표현할 수 있느냐에 따라 좋은 음악이 나온다고 생각한다. 아버지는 그 방면에 뛰어나신 분이다. 아버지는 경험도 많다. 그걸 배우고 싶다. 아버지로서 내게 많은 걸 주셨다. 가족을 생각하고, 남을 도울 줄 아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분이다.”
크리스는 필리핀 생활을 접고 올해 한국의 고등학교에 편입할 예정이다. 사춘기 나이이다 보니 아버지와 “다소 불편하게” 살고 있다. “서로 게을러” 자장면 등을 시켜먹는 날도 많다며 웃었다.
정식 가수가 된 크리스는 자신의 목표에 한 발 다가섰다. 자신의 음악으로 사람들의 마음을 치유하는 일이다.
“사람들에겐 친구가 필요하고 멘토가 필요하고, 롤모델이 필요하다. 사람들에게 그 ‘필요한 사람’이 되고 싶다. 사람들이 혼자가 아니란 걸 느꼈으면 좋겠다. 자살, 우울증. 이런 게 싫다. 단 한 명이라도 나의 음악을 통해 삶의 희망을 가질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들은 모두 아름다운 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사람들은 자꾸만 나쁜 점을 보려 한다. 자기 자신의 나쁜 점도 있는데 말이다. 음악으로 아름다운 세상을 만드는 것, 그게 나의 목표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트위터@ziodadi
사진|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트위터 @bluemarine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