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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운전 차에 그만…영화계 별 박철수감독 별세

입력 | 2013-02-20 07:00:00

교통사고로 갑자기 세상을 떠난 고 박철수 감독. 사진|사진공동취재단


새 영화 ‘러브 컨셉츄얼리’ 작업 후 귀가길서 사고
김나미·오인혜 “가장 존경했던 분”애도

“‘명복을 빕니다’는 말조차, 급해 보여서 하지 못하겠다.”

19일 새벽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세상을 떠난 박철수 감독의 갑작스러운 부고에 영화계도 애통한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후배 장진 감독은 “비보에 가슴이 굳어버렸다”며 슬픔에 잠겼다.

고인과 최근까지 영화 작업을 함께 해온 연기자들도 망연자실하긴 마찬가지다. 고인의 유작이 된 ‘베드’의 주인공 김나미는 19일 트위터에 “아무도 바라보지 않아도 스스로 영원히 빛날 것 같던 별이 떨어졌다”며 “첫 주연영화 감독님이자 가장 존경하는 박철수 감독님”이라고 애도를 표했다. 2년 전 고인이 연출한 ‘붉은 바캉스 검은 웨딩’으로 데뷔한 오인혜도 쉽게 말문을 열지 못했다. 그는 “아버지처럼 따르던 분이었는데 새벽에 소식을 듣고 기절하다시피 했다”며 “얼마 전 설 명절에도 안부 인사를 드렸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고인은 새 영화 ‘러브 컨셉츄얼리’ 작업에 몰두하고 있었다. 사고가 난 당일에도 밤늦도록 영화를 준비하다 귀가하던 길이란 사실이 알려져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고인은 가장 왕성하게 활동해온 60대 감독이었다. 2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에 새 영화를 내놓아 주목받고 늘 새로운 장르, 영상에 대한 고민과 도전을 멈추지 않았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야기 중심의 영화에 신물이 난다”며 “이미지 영화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뜨거운 의지를 밝혀 지지를 받았다.

1948년생으로 성균관대를 졸업한 고인은 고 신상옥 감독과 맺은 인연으로 1975년 신필름 연출부로 충무로에 발을 디뎠다. 특히 여성의 문제에 깊이 고민하며 ‘오늘 여자’, ‘물위를 걷는 여자’, ‘301·302’, ‘산부인과’를 내놓아 인정받았고 한국의 독특한 장의 절차를 그린 ‘학생부군신위’와 한일 합작 ‘가족시네마’ 등으로 연출 세계를 구축했다.

최근에는 성과 사랑을 향한 솔직한 이야기에 주목한 고인은 “영화가 있는 곳에 내가 있으면 자유가 있을까? 또, 먹고 살 수 있는 방법도 있겠지? 또, 즐거움도 있겠지? 생각했다”(한국영상자료원 자료)고 밝힐 만큼 치열하게 살아온 영화인이다.

빈소는 경기도 분당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21일.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트위터@madei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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